[퇴직연금 RA시대]한국 RA 시장 커진다…하반기 퇴직연금 RA 운용에 급성장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추이(왼쪽)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약 400조원에 달하는 국내 퇴직연금 시장을 두고 금융권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 7월부터 시작되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RA)’ 투자 일임 서비스 도입을 앞두고 업계는 앞다퉈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큰 퇴직연금 시장은 최근 적극적인 자산운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RA 기반 투자일임 서비스가 도입되면 이 서비스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RA 기반 일임 서비스 도입이 가능한 퇴직연금은 약 173조원으로 확정기여(DC)형이 97조원, 개인형퇴직연금(IRP)이 76조원으로 추정된다. 

 

 로봇과 어드바이저의 합성어인 ‘RA’는 투자자가 입력한 투자성향 정보를 토대로 알고리즘을 활용해 개인의 자산 운용을 자문하고 관리해주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빅데이터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자동화된 포트폴리오 자문 및 운용 서비스로 추천만 하는 '자문형 서비스'와 매매까지 일임하는 '일임형 서비스'로 구분된다. 

 

 국내에서는 2016년 9월, 퇴직연금 RA 테스트베드가 처음 실시됐고 이듬해 RA를 활용한 투자자문 및 일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 

 

 당시 퇴직연금은 일임 형태의 운용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한 투자일임 RA 서비스를 허용했다. 해당 서비스는 코스콤의 테스트베드 심사를 진행하고, 이를 통과한 알고리즘을 대상으로 금융위원회 심사를 거쳐 올 7월에 시범 도입될 예정이다.

 

 현재 퇴직연금 사업자와 핀테크 업체를 포함한 총 36개 238건의 알고리즘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약 7개월의 심사를 거쳐 6월 중으로 본심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퇴직연금 주요 사업자로 꼽히는 은행, 증권 등이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며 적극 참여 중이다. 

 

 국내 RA 시장은 2021년 운용자산 규모가 1조8000억원까지 가며 성장세를 그렸다. 그러다 지난해 일임 라이선스가 없어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 중이었던 은행이 대거 이탈하면서 성장이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가 발표한 로보어드바이저 규제 합리화 방안에 따라 그해 8월, 코스콤이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사후 운용 심사를 하면서 은행 중심으로 RA 서비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RA 운용자산 규모가 8000억원으로 급감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반면, 투자일임 라이선스가 있는 증권사는 AI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RA 업체 지분에 투자하며, 자체 기술까지 개발하는 모습을 등 활발한 참여를 하는 모습이다. 증권사들은 파운트, 콴텍, 핀트 등 RA 기술을 보유한 핀테크 회사와 제휴를 통해 자문 형태로 퇴직연금 RA 서비스를 제공하며 침체된 RA 시장이 활성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파운트는 지난해 코스콤에 총 9개의 퇴직연금 전용 알고리즘 심사를 신청했고 디셈버앤컴퍼니가 운영하는 핀트는 총 10개의 알고리즘 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콴텍은 자체 개발한 50개의 퇴직연금 전용 알고리즘을 코스콤 테스트베드에 접수했다. 수익률도 낮지 않은 상황으로 '콴텍 에너지모멘텀 글로벌(적극투자형)은 올 3월 26일 기준 17.16%의 투적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윤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RA 일임서비스가 샌드박스 형태라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으나, 시범 운영 이후 전면 허용돼 기존 가입 연금으로까지 확대 적용하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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