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대외 이슈에 짓눌린 금리인하 효과…증시 '시큰둥'

美中 무역전쟁·韓日 갈등 등으로 경기 둔화 우려 번져
한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2.2%…4월 대비 0.3%p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한국은행이 시장 기대치보다 한 발 앞서 기준금리를 내리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썼음에도 증권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 불확실성, 한일 갈등 악화 등 대외 이슈가 국내 금리인하 이슈를 억누른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금리인하 자체가 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해 투자심리를 저해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8일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2016년 6월 이후 3년 1개월만의 금리인하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을 앞지른 금리정책이다. 금융투자협회가 104개 기관, 2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다음달 인하 예측이 다수였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금리를 낮추면 증시가 오른다는 통념과는 달랐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0.31% 내린 2066.55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도 0.17% 후퇴한 665.15를 기록했다.

 

증시가 냉담한 이유에 대해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이미 시장에 반영된 것과 더불어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 이슈가 부각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를 낮춘 시점이 예상보다 빨랐지만 이미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7월이냐 8월이냐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긴 어려웠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 17일 종가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399%로 2016년 10월 25일(1.398%) 이후 2년 9개월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등 한은의 결정 전에 기준금리 인하분이 벌써 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또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산업구조가 수출 위주라 증시를 흔드는 주요 이슈도 대외 변수"라며 "지금 시장에 가장 영향력이 큰 이슈는 미중 무역전쟁이고 다음이 일본 수출규제"라고 판단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센터장도 "금리인하가 시장 밸류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만 지금은 미중 무역전쟁, 한일 갈등 등 대외 변수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결국 대외 이슈가 국내 금리인하 이슈를 덮었다는 분석이다.

 

미중 양국은 일단 휴전 상태기는 하나 무역협상에 별다른 진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서로 날선 발언을 주고받으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중국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면서 속도에 연연하지 않고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17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전일보다 0.42% 하락한 2만7219.85로 거래를 마치는 등 미중 무역전쟁 불확실성은 뉴욕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한일 갈등은 점점 악화하는 모습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번달초부터 한국에 대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 가스(고순도불화 수소)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실행하고 있다. 이어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혜택 대상(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이는 일제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서 비롯된 경제보복으로 여겨진다. 일본은 한국 정부 측에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중재위원회 설치에 동의할 것인지 여부를 오는 이날까지 답변하라고 요구했는데 답변이 없을 경우 화이트 국가 배제 등 추가규제가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여러 차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제안했으나 일본 정부는 거절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수출규제로 한국 기업이 피해를 받을 경우 대응하겠다”고 밝혀 한국의 보복대응도 예상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조경엽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맞대응하는 등 한일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의 피해는 국내총생산(GDP)의 5.4%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되레 경기 부진을 상징해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 센터장은 "금리인하 자체가 실물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은 "이번 금리인하는 한국 경기가 안 좋다는 사실을 후행적으로 확인시켜 준 것이라 주가가 오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지난 4월보다 0.3%포인트 하향조정했다. 한은은 “건설투자 조정이 지속되고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도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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