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방'서 기회 찾는 지방금융지주

캄보디아·미얀마 등서 기회 발굴…소액대출·할부업무 등
높은 경제성장률 기회요인…현지화 숙제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국내 지방금융지주들이 동남아시아 등 해외로 적극 눈을 돌리고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금융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를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의 해외진출은 주로 신남방국가에서 소매금융전문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을 띤다.

BNK금융지주는 올해 시무식에서 중장기 경영계획 '그로우2023'을 발표했다. 오는 2023년까지 △그룹 자기자본이익률(ROE) 10% △ 글로벌 시장 순익 비중 5%까지 상향 △디지털 최적화 △비은행 당기순이익 30%달성 등을 4대 전략목표로 제시했다.

현재 BNK금융의 주요 자회사인 부산은행과 BNK캐피탈은 아시아 7개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BNK캐피탈은 지난 2014년 설립된 BNKC캄보디아MFI와 BNK캐피탈 미얀마를 통해 소액여신전문업 및 할부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다. 2015년 7월부터는 라오스법인 BNK캐피탈리싱을 통해 리스영업을 개시했다. BNK캐피탈 관계자는 "미얀마와 라오스 법인은 영업 2년 만인 2016년부터 순익을, 캄보디아 법인도 올 상반기에 순익을 시현했다"고 말했다. 해당 법인들의 현지직원수는 600여 명을 넘는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 이들 법인의 순익규모는 1억~3억 원에 불과한 수준이라서 현지 안착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12월 BNK캐피탈 미얀마 법인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BNK캐피탈 미얀마 공식 페이스북

그렇다 하더라도 해외 법인 중에선 가장 큐모가 큰 BNK캐피탈 미얀마 법인은 주목할 만하다. BNK캐피탈 미얀마의 올해 3월 말 현재 자산은 332억 원까지 늘었다. 지난해 순익 규모는 24억 원이다. 이 밖에 BNK캐피탈은 지난해 11월부터 MFO BNK카자흐스탄을 통해 중앙아시아에서 소액대출업을 본격 시작했다. 

부산은행은 베트남 호찌민과 중국 칭다오엔 지점을 두고 예금 및 대출, 외환, 국제투융자 등 기업금융을 영위하고 있다. 또 인도 뭄바이, 베트남 하노이, 미얀마 양곤엔 각각 사무소를 두고 현지 시장조사 및 영업 준비에 나서고 있다.

DGB금융지주는 캄보디아와 미얀마를 핵심 거점으로 삼아 해외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 2017년 캄보디아 캠캐피탈특수은행 지분 100%를 사들여 이듬해 1월 사명을 DGB특수은행으로 변경한 후 자회사로 편입했다. 2017년 기준 캄보디아 전체 은행권 내 자산 비중은 0.4%에 불과하지만 15개 특수은행 중에선 두 번째로 비중이 높다. DGB금융은 DGB특수은행을 연내 상업은행으로 전환해 수신 등으로 업무영역을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 은행의 자산규모는 1억 4052만 달러, 당기순이익 649만 달러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5.2%에 이른다. 이에 더해 소액신용대출을 주 업무로 하는 마이크로파이낸스(MFI)법인도 세울 예정이다.

DGB금융은 DGB패피탈을 통해 미얀마에서 DGB마이크로파이낸스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인사·금융·IT 등의 분야에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라오스에는 DGB캐피탈 자회사 DLLC를 두고 자동차할부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 2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이 밖에 대구은행은 베트남 연내 호찌민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6년 6월 호찌민 지점 설립을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최종 승인은 받지 못한 상태다. 현지 진출한 대구·경북 기업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 대구은행은 지난 2012년 설립한 지방은행 최초 해외 지점인 중국 상하이 지점을 7년 째 운영 중이다.

JB금융지주는 캄보디아에 프놈펜 상업은행(PPCB), 미얀마에 JB캐피탈미얀마, 베트남에 하노이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JB금융의 손자회사인 PPCB는 지난해 14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순항 중이다. 인수 2년 여 만의 성과다. 국내 은행이 주력한 베트남이 아닌 캄보디아 시장을 선점한 게 적중했다. PPCB는 전체 캄보디아 은행권에서 10위권 초반의 자산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JB금융은 이들 국가에서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 기회도 엿보고 있다.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캄보디아와 미얀마에서 성과가 좋고 나름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에서 영업력을 확대할 방안을 찾는 것도 좋을 것"이라며 "M&A기회가 온다면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베트남에서는 캐피탈비즈니스 시장에서 기회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이들 시장에서는 소매금융에 집중하되 캐피탈사가 영위하고 있는 비즈니스에 집중하겠다는 게 김 회장의 계획이다.

국내 지방금융지주이 중점 진출국으로 지목한 신남방 국가들은 높은 GDP성장율, 낮은 금융침투율, 젊은 인구비율 등이 매력포인트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주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올해 한 자릿수 후반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캄보디아가 7.0%으로 가장 높고 베트남(6.8%), 미얀마(6.6%), 라오스(6.5%) 등 순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국가들 모두 국내 지방금융지주들이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한 곳이다. 은행의 수익률 또한 높다. 한 예로 지방금융지주 세 곳 모두 진출한 캄보디아의 경우 은행의 평균 순이자마진(NIM)이 5.9%에 이른다. 올해 1분기 국내은행의 NIM (1.62%)을 크게 웃돈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디지털플랫폼 구축, 그룹 계열사 및 현지 사업자 간 시너지 창출, 국가 간 다른 법령 및 규제 파악은 물론 이미 현지 시장에 진출해 있는 타 금융회사와의 경쟁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이 덜 발달한 국가들은 성장 기회가 많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면서 "현지 소비자들의 금융 접근기회를 높임과 동시에 금융사의 수익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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