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도체·스마트폰 소재, 대체 가능할까?

폴리이미드·리지스트 등 日 점유율 90%
“국내·유럽서 대체 가능”…소재업체 주가 강세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일본 정부가 반도체와 스마트폰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타격이 우려되는 가운데 대체 구입처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당 부품들은 일본 기업의 점유율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국내 소재기업이나 유럽 등에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일본의 규제사실 발표 후 국내 소재기업들의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1일 산케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 가스(고순도불화 수소) 등 총 3개 품목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오는 4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TV, 스마트폰 등의 유기EL 디스플레이 부품으로 사용된다. 또 리지스트와 에칭 가스는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꼭 필요한 재료다.

일본 정부는 더불어 첨단재료 등의 수출에 관해 수출 허가신청이 면제되고 있는 외국환관리법상의 우대제도인 '화이트(백색)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했다.

일본과 한국 정부는 한국 대법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징용 피해자들이 배치됐던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위자료 지급을 명령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자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한국 정부는 한국과 일본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일본 측이 거부했다.

일본 정부가 이번 수출 규제를 결정함에 따라 정치적인 대립이 경제 분야로까지 파장이 번진 것이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TV와 스마트폰의 유기EL 디스플레이 부품으로 사용된다. 또 리지스트와 에칭 가스는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꼭 필요한 재료다.

특히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는 세계 생산량의 약 90%를, 에칭가스는 약 70%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염려가 크다. IT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체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일본 기업 외에도 국내 코오롱 인더스트리, SKC코오롱PI, 경인양행, SK이노베이션 등에서 생산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리지스트는 한국 동진쎄미켐, 미국 다우케미컬 등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에칭가스는 국내의 후성과 솔브레인을 비롯해 독일 기업 등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제품에 비해 품질이 낮거나 운송비용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나 치명적인 위험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대신증권은 “일본의 수출 규제로 비슷한 소재를 생산하는 국내의 SKC코오롱PI, 코오롱인더스트리, SKC, SK이노베이션, 동진쎄미켐, 이엔에프테크놀로지, SK머티리얼즈, 원익머티리얼즈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일본의 수출 규제 시도가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향후 국내산 소재의 비중을 늘리면서 국내 소재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은 단기적으로 생산 차질을 겪을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과잉 재고를 소진하고 가격 협상력을 확보하면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규제가 장기화하지만 않는다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및 주가에 큰 악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날 증권시장에서 국내 반도체기업의 주가는 혼조세를 나타낸 반면 소재기업들은 일제히 오름세를 실현했다.

삼성전자는 전거래일 대비 0.85% 떨어진 4만66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LG전자는 3.28%, LG디스플레이는 1.96%씩 내렸다. 반면 SK하이닉스 주가는 0.72% 올랐다.

국내 소재기업들은 대부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동진쎄미켐은 1만1850원으로 거래를 마쳐 전거래일보다 17.91% 급등했다.  후성(+9.87%), SKC코오롱PI(+4.51%), SK머티리얼즈(+2.97%), SK이노베이션(+1.57%), 이엔에프테크놀로지(+0.72%) 등도 강세였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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