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9개월째 기준금리 동결…증시·환율·채권값 ↑

경기 하방리스크 우려한 이주열…“연내 금리 동결 가능성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1일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한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9개월째 동결함에 따라 이날 증권시장과 환율 및 채권가격이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특히 이주열 한은 총재가 경기 하방리스크를 언급하면서 앞으로도 4분기쯤 한 차례 인상에 그칠 확률이 높게 점쳐진다. 아예 연내 동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31일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인상한 뒤 9개월째 동결 흐름이다.

기준금리 동결 소식에 증시는 상승세를 그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67% 오른 2322.88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1.55% 뛴 816.97을 기록했다.

특히 경기가 좋지 않아 향후에도 한은이 금리정상화에 쉽게 나서지 못하리란 전망이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었다는 평이다.

이 총재는 “글로벌 무역분쟁, 신흥국 금융 불안, 고용 부진 등이 경기 하방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며 불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반면 물가에 대해서는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4분기에나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예상이 유력하다. 연내 금리 동결설도 힘을 받고 있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고용 및 내수경기, 둔화되는 수출 증가율, 향후 인민은행의 통화 완화 기조 전환 가능성 등 때문에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내 금리가 인상될지도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작금의 경기를 감안할 때 기준금리를 올려서는 안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미선 부국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 금리인상을 단행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예상도 엇비슷했다. HSBC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오는 11월로 예상했다.

또 환율과 채권가격 역시 오름세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12.9원으로 거래를 마쳐 전날보다 4.3원 뛰었다.

시중은행 외환 담당 관계자는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축소될 기회가 사라졌다”며 “이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코스콤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분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04%포인트 내린 1.942%를 나타냈다. 10년물 금리는 2.347%로 0.02%포인트 떨어졌다. 채권 금리가 낮아질수록 채권가격은 올라간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동결 흐름이 지속될 경우 연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55~1.80%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자산운용사 채권운용 담당자는 “올해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낮추면서 최근 시장금리가 급락 추세”라면서 “국내 경기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금리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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