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지배구조 바꾼다…경영승계 '신호탄'

삼성SDS, 연내 상장 추진…장외 시가총액 12조원
"3세 경영체제 구축위한 지배구조 변환 가속화할 것"
지주사 전환에 막대한 자금 들어 3~4년 걸릴 듯

(사진=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삼성그룹이 지배구조를 바꾸는 작업에 점차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날(8일) 삼성SDS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연내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실탄 확보가 삼성SDS 상장의 표면상 이유이지만, 삼성그룹의 속내는 다른 데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는 재벌 3세 경영체제 구축에 필요한 지배구조 변환의 ‘신호탄’으로 재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SDI와 제일모직 간 합병에 이은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 등으로 삼성그룹 계열사들 간에 사업부문 조정이 탄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삼성그룹은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간의 교차출자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변환에 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곧 가시화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에 삼성SDS 상장 이후 삼성그룹이 그 다음 수순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단계적인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재계는 판단하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환의 핵심은 삼성에버랜드가 지주회사가 돼 실질적인 지분율로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것이며, 결국에는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들끼리 계열분리를 정착시킬 것이라는 예상이다.

삼성SDS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맨 하단에 있어 지배구조 변화 시 중요하지 않은 회사인 데도 삼성SDS의 연내 상장 계획에 이처럼 재계가 주목하는 까닭은 향후 삼성그룹 후계구도에서 정점에 있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의 지분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SDS의 대주주로는 삼성전자 22.6%, 삼성물산 17.1%, 삼성전기 7.9%, 이재용 부회장 11.2%, 이부진 사장 3.9%, 이서현 사장 3.9% 등이 각각 분포돼 있다.

삼성SDS는 지난 1985년 설립된 삼성그룹의 종합 시스템통합(SI) 업체로서, 그룹 내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 전속시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한편 제조 및 유통, 금융 등 대외시장에서도 선도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캡티브 마켓’이란 기업 내부의 자체 수요에 따라 형성된 시장을 말한다. 쉽게 말해 그룹 계열사의 내부시장을 의미한다. 특히 전속시장은 선택의 여지없이 특정 상품을 사지 않을 수 없는 고정거래 소비자층을 지칭한다.

예를 들어 철강업체인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이라는 캡티브 마켓(전속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고정적인 판매가 가능하다. 따라서 철강경기가 나빠져도 판매량 확보는 큰 문제가 없게 되는 것이다.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SI사업을 영위하는 데에는 ‘일감 몰아주기’로 불공정거래 행위라는 비판이 그동안 꾸준히 있어왔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2년 7월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7개 SK그룹 계열사에 총 346억61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는 공정위가 SI분야에서 대기업의 부당한 내부거래를 제재한 첫 사례다. 현재 공정위는 SK그룹에 대해 시정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 2010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삼성네트웍스와 삼성에스엔에스마저 인수해 통신부문의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삼성SDS 상장이 갖는 의미는 앞으로 삼성그룹이 지배구조를 변화할 때 삼성SDS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환의 시발점은 대부분의 삼성그룹 계열사를 나눠서 소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과정에서 삼성SDS 가치를 상승시켜 현물출자 용도로 사용하면서 지배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게다가 삼성SDS는 장외시장에서 평균 1주당 15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어서 시가총액은 11조6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전기 등은 삼성SDS 상장에 대한 지분가치가 부각될 수 있는 데다 차후에도 지배구조상 삼성SDS 기업가치가 상승해야 하므로 이들 기업들에게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몇 단계의 인적분할 없이 지주회사 전환은 엄청난 자금이 소요될 것이므로 앞으로도 3~4년의 기간을 정해놓고 단계별로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에는 지주회사 전환 이후 LG그룹처럼 지주회사를 분할함으로써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이 계열분리를 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에버랜드의 기업가치를 상승시켜야 하기 때문에 삼성카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일경 세계파이낸스 기자 ikpark@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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