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조부와 박정희 대통령 절친 사이"

미국을 방문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자신의 조부와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날 오후 워싱턴DC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일본이 돌아왔다(Japan is Back)'라는 제목의 특별강연을 한 뒤 참석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빅터 차 CSIS 연구원이 일본 정부가 시마네(島根) 현에서 진행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이름)의 날' 행사에 차관급 관료를 파견함으로써 한·일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곧 출범할 한국의 박근혜 정부와 어떤 관계를 지향할 것이냐고 질문하자 "한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이웃"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두 차례 만나 식사도 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나의 조부는 박근혜 당선인의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과 `절친'(best friend)이다.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은 일본과 매우 친밀했던 분"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그가 언급한 '조부'는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ㆍ1896~1987)를 말하는 것으로 참석자들은 이해했다. 기시는 일본 괴뢰정부인 만주국에서 각료로 일하다 태평양전쟁 주범인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내각에 1941년 입각, 미군 점령 후 A급 전범 용의자로 복역한 인물이다. 기시는 이후 재기한 뒤 1957~60년 총리를 지냈다.

1961년 일본을 처음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기시를 만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기시는 막후에서 한일협정 체결 뿐 아니라 박정희 정부 내내 한일 관계에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기시에게 1970년 일등수교 훈장을 수여했다.

아베 총리가 자신의 조부와 박근혜 당선인의 부친과의 인연을 강조한 것은 독도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한일 관계를 잘 이끌어보자는 취지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때때로 양국간에는 영토이슈가 있었지만 경제 관계는 강력하고 인전교류도 매우 강하다. 이런 관계는 끊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을 다루는데 있어서도 (양국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런 이슈들을 해결하고 한국과 좋은 관계를 갖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에는 특사단을, 미국에는 정책협의대표단을 파견했지만 일본에는 특사단을 보내지 않았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4일 박근혜 당선인에 특사를 보낸 것과 대조된다.

대신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한일의원연맹 행사 참석차 일본을 방문하면서 아베 총리와 만났다. 이 때도 특사 자격을 부여하지도 않았고, 친서나 메시지를 들려보내지도 않았다.

대신 황 대표는 "무엇보다도 올바른 역사인식과 긍정적인 미래구상을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최근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의 주인공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일본 관방장관을 접견했다. 한일 관계의 바림직한 미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상징적으로 말해준 대목으로 외교가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세계파이낸스 뉴스팀 fn@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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