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굴레 갇힌 취약계층...개인회생 신청 올해도 역대 최고치?

올해 1~2월 신청 건수 전년비 17% 늘어
20대 개인회생도 매해 증가세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올해 상황은 더욱 심각할 거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경기 부진이 이어진 데다 물가마저 치솟으면서 취약계층의 빚 상환 여력이 좀처럼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2만2167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만8954건) 대비 17.0% 증가한 규모다.

 

 개인회생 신청은 3년 연속 증가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9만2587건이던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2020년 8만6553건, 2021년 8만1030건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줄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와 이자상환 유예 등 서민을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 등이 이뤄진 결과로 해석된다.

 

 하지만 2021년 8만1030건, 2022년 8만9966건으로 증가하다가 지난해엔 12만1017건으로 전년 대비 34.5% 급증하며 역대 최고치(2014년 11만 707건)마저 갈아치웠다. 올해 초 흐름이라면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지난해 수준을 웃돌 거란 관측이 나온다.

 

 개인회생제도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한 개인채무자를 구제하기 위한 법적 절차다. 채무자가 채무를 조정받아 법원이 허가한 변제계획에 따라 3년 이내(최장 5년 이내) 채권자에게 분할변제를 하고, 남은 채무는 면책하는 게 특징이다. 원금 감면비율은 약 70%다. 앞서 2018년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개인회생 변제기간이 종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 바 있다.

 

 개인회생이 늘어난 건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진 측면이 크다. 통계청 ‘2023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2만 4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3.9% 늘었다. 하지만 고물가에 따른 실질소득은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인데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물가는 이보다 높은 3.7%에 달하는 실정이다. 

 

 고금리 부담도 취약계층을 짓누른다. 예금은행의 신용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코로나19 초기인 2021년 1월 연 3.46%에서 이듬해 12월 연 7.97%까지 치솟았다. 지난 1월엔 연 6.38%까지 하락했지만 여전히 차주의 빚 상환 부담은 적잖다. 은행 이용이 쉽지 않은 이들이 찾는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각각 연 6%, 연 16%나 된다. 여기에 정부의 코로나19 피해 지원조치가 끝난 점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개인회생 신청이 늘어난 요인이다.

 

 특히 젊은층의 개인회생 신청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회생법원이 지난해 4월 발표한 ‘2022년 개인회생사건 통계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30세 미만 청년’의 개인회생 신청 비중은 2020년 10.7%에서 2021년 14.1%, 2022년 15.2%로 꾸준히 상승했다. 

 

 취약계층이 더 큰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경기 악화로 취약차주들의 빚 상환 여력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면서 “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정부가 어느 정도 회생 지원에 나서듯 개인채무자들에 대해서도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에서 활발한 채무조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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