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이후 헌법재판소 판결로 탄핵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관련자들은 피고인 신분으로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재판부가 내년 초 선고를 목표로 하는 만큼 비상계엄 사태 1년여만에 책임자들에 대한 1심 판결을 받아볼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관련 본류 사건인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은 내년 1월 초 마무리될 예정이다.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월 5, 7, 9일 세 차례에 걸쳐 피고인 신문과 검찰 구형·양측 최종진술이 이뤄지는 결심 공판을 진행할 계획이다. 해당 재판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전직 군인과 조지호 경찰청장 등 전·현직 경찰 간부에 대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도 심리 중이다. 재판부는 오는 29일 세 개의 사건을 병합한 뒤 결심공판을 진행한다.
통상 결심공판 1∼2개월 뒤 선고가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2월에는 1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구속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전 국방부 장관은 검찰에 긴급 체포된 후 지난해 12월 27일 구속기소 됐다. 이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조지호 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여 전 사령관과 이 전 사령관의 재판은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지난 6월 출범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을 기소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다.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막지 못하고 사실상 방조한 혐의로 지난 8월 29일 불구속기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가 심리 중인 이 사건은 내년 1월 21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26일 결심공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상민 전 장관은 계엄 당시 소방청장에게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내린 혐의 등(내란 중요임무 종사)을 받는다. 특검팀은 이미 기소된 윤 전 대통령도 두 차례에 걸쳐 추가 기소했다. 지난 7월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에서 진행 중이다.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여 전 사령관 등을 기소한 이른바 평양 무인기 의혹 사건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이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1일 첫 재판이 열렸다. 이들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도발해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 목적으로 드론작전사령부에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을 지시한 혐의(일반이적)로 지난달 기소됐다.
주요 수사를 마무리한 내란특검은 나머지 국무위원 및 주요 정치인들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8일 특검팀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을 구속기소 했다. 조 전 원장에게는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사전에 알았음에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 정치인 체포 지시와 관련한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 등이 적용됐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비상계엄을 지지하는 게시물을 올린 황교안 전 국무총리, 삼청동 안가 회동에 참석한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도 각종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상태다. 김 여사 재판은 3일 결심공판이 열린다. 정확히 비상계엄 1년이되는 날 김 여사에 대한 특검 구형이 나온다. 김 여사 재판 역시 내년 초 선고가 나올 전망이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