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1년] 다시 뛰는 성장 엔진, 정쟁 그림자는 여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탄핵 소추안 국회 통과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 증시 상승,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성공적 개최. 국정 혼란이 이어지던 1년 전과 비교하면 놀라운 업적들이다.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3분.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여가를 보내던 시민들은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라는 속보 자막을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침대에 누워 인터넷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던 이들도 마찬가지. 메신저도 불이 났다. “방금 속보 봤어?” “오보 아닐까?” 혼란이 오갔다.

 

 이윽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긴급 대국민담화가 생중계됐다. 시민들은 국회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무장 군인들과 헬기, 장갑차였다. 국회의원들도 이를 무효화하기 위해 담장을 넘었고 익히 알고 있듯이 국회와 시민의 힘으로 비상계엄은 공식적으로 해제됐다.

 

 외신은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고 해제되기까지 6시간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윤 전 대통령의 행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며 성급한 행동으로 평가됐다. 장갑차를 막아 세운 용기 있는 시민들, 계엄 해제를 위해 담을 넘은 국회의원들의 모습도 화제를 모았다.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며 K팝 응원봉을 들고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은 ‘빛의 혁명’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후 탄핵 판결과 새 정부 출범까지 약 6개월만에 평화적으로 계엄을 극복하는 과정은 귀감을 샀지만 경제∙정치적 측면에서는 국제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실제로 우리나라 경제에는 도전적 상황이 산재했다.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때는 더 강력해진 자국우선주의로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지 불과 1개월도 되지 않던 시점이었다. 각 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대책 마련에 고심했지만 우리나라는 내란 극복부터 해야 했다.

 

 같은 달 14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본격인 탄핵 정국에 접어든 사이 이듬해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예고한듯이 관세 폭탄을 현실화했다. 우리나라의 경제를 지탱하는 자동차, 철강, 가전에 미치는 파장은 불 보듯 뻔했다.

 

 1년 전 그날 담을 넘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했고 국가 정상화에 매진했다. 늦게 시작했지만 한미 관세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APEC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등 정상 외교가 재가동됐다. 멈췄던 경제 시계도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내란 극복은 현재진행형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한덕수 전 국무총리, 군 수뇌부 등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재판에 서고 있지만 명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시민들은 내란 종식과 탄핵 무효를 놓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의 집단지성이 빚어낸 빛의 혁명이 내란의 밤, 어둠을 몰아내고 다시 환하게 빛나는 새벽을 열어젖혔다”고 평가하며 “곳곳에 숨겨진 내란의 어둠을 온전히 밝혀내 진정으로 정의로운 국민 통합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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