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징어게임과 대출규제

김형석 팀윙크 대표

 

‘오징어게임’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쌍문동에 사는 주인공 성기훈이 정리해고를 당한 후 자영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이후 대출을 갚지 못해 사채까지 쓰다 벼랑 끝에서 오징어게임에 참가하게 되면서 겪는 일들이 주된 내용이다. 총 456명의 참가자들이 빚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어 목숨을 건 게임에 참여한다.

 

게임의 잔혹성보다 필자의 눈에 들어 온 건 따로 있다. 첫 스테이지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 이후 중도 포기를 결정했던 참가자들이 현실이 더 지옥같다고 여기며 다시 게임으로 복귀하는 장면이다. 결국 갈 곳 없는 이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며 돈을 선택한 것이다. 

 

돈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원료다. 돈이 삶의 목표가 될수는 없지만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서 기본적인 자금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돈은 물과 같은 존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경기침체 등으로 우리네 삶은 팍팍해졌다. 특히 서민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졌다. 가파르게 오른 집값에 고물가까지 이어지면서 ‘MZ세대(1980~2000년대 사이에 출생한 세대)’는 희망을 잃었다. 부의 양극화도 그 속도를 더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금융권의 개인사업자 대출액은 610조 990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에 견줘 9.7%나 늘어난 규모다. 20~30대 청년층의 전세자금대출은 88조 원에 육박한다. 5년 새 58조 원 급증했다. 

 

가계부채가 1800조 원을 넘어서자 정부는 가계대출 총량규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융회사의 신규 대출 취급액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총량규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신규대출 중단 또는 대출한도 대폭 축소 등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특히 중도금을 마련해야 하거나 급하게 생활비가 필요한 기존 채무자들은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실수요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금융당국이 일부 수용해 전세자금대출은 총량규제에서 제외했지만 여타 대출 수요자들이 자금을 확보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대출이 늘어 나는 건 경계해야 할 경제지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총량 규제만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 대환대출을 활성화해서 기존의 높은 금리의 고위험 대출을 중저금리로 유도하는 활동도 필요하다. 또한 신용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상환 플랜을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대출 양성화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대환대출 플랫폼도 재추진돼야 한다. 대출비교플랫폼이 활성화되면 더 낮은 금리의 대출을 추천해주고, 기존 고금리 대출에 대한 대환대출이 활성화될 수 있다. 금융회사는 신규 대출 모집비용의 경감을 통해 원가구조를 개선할 수 있어 금리 인하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금융소비자의 위험부담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오징어게임의 참가자들은 목숨을 걸고 인생 한방을 향한 게임을 하지만, 우리의 삶은 도박이 아니다. 사람들이 돈때문에 행복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정부, 금융권, 플랫폼 회사 등이 적극적으로 경제적 안전망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김형석 팀윙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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