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연한 가계부채 대책이 필요한 시점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연구위원

최근 일부 은행들이 전세대출을 포함한 모든 신규 가계대출 중단을 선언하면서 대출 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실수요자가 대출을 받지 못해 부동산 계약이 파기될까 우려된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국내 경제에서 가계부채는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중요한 문제로 지목받아 왔으며, 금융당국이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더욱이 전세라는 독특한 거래제도가 있는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매매 가격뿐만 아니라 전세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는 가계부채 문제는 더욱 어렵다.

 

우리나라 가계신용 총량은 한국은행 통계 기준으로 2021년 2분기 현재 약 1806조원에 달한다. 2021년 2분기 가계신용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0.3%를 기록하면서 2019~20년 간 5%대의 평균 증가율은 물론 명목 GDP와 가계소득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다. 국가 간 비교에서도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BIS 통계 기준(2021년 1분기) 104.9%로, 이는 비교 가능한 43개국 중 6위에 해당한다. 더욱 문제가 될 부분은 2014~17년 간 지속된 거시건전성 정책 완화, 2016년 이후 부동산 시장 호황과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가계부채가 급격히 확대된 데 있다. 2016년 기준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87.3% 이었으니 2021년 1분기까지 무려 17.6%포인트가 증가했다. 이는 43개국 중 도시 국가인 홍콩에 이어 2위였다.

 

이처럼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면서 금융시장 리스크가 확대되자 금융당국이 총량 규제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은행권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율을 5~6% 수준으로 유지하라는 총량 규제가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총량 규제에도 문제점이 존재하는데, 적정 총량 규제 수준에 대한 판단이 어렵고 실수요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총량 규제 범위를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하면서 부채구조의 질적 개선, 가계부채 리스크 축소를 위한 안전망 확대 등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실수요자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확하고 명확한 규제가 발표돼 실수요자의 주택 매매 및 전세 계약 잔금 시점에 따라 대출 규제 방침 변경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대출 수요자에게 규제 정책에 적응할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로 부채구조의 질적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전세를 비롯한 모든 대출에 대해서도 차주의 상환 능력을 고려하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거나, 전세대출이나 신용대출의 약정기간동안 일정 금액을 상환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다만 만기가 짧다는 점을 고려하여 전체 대출금의 일정 부분을 분할 상환하도록해 점진적으로 가계 신용을 줄여나가는 방법이다. 셋째, 금융사별 지역별 대출 규제에 대한 차이를 최소화해야 한다. 투기 수요를 중심으로 규제가 약한 부분에서 풍선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넷째, 최근 전세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버팀목 전세자금 범위 확대 등 실수요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차주 특성별 스트레스테스트 등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금리 인상기에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비가 선제적으로 필요하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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