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를 반도체 수급난…기로에 선 자동차업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전경    뉴시스

[박정환 기자] 반도체 수급난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자동차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공장 생산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는 가운데, 반도체 수급난이 2023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와 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속되는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인해 자동차 회사들의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차 아산공장은 생산 재개 이틀 만인 15일 다시 휴업에 들어가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생산을 재개할 방침이다. 이 공장은 지난 9~10일에도 공장 가동을 멈췄다가 13일부터 생산을 재개한 바 있다.

 

업계에선 동남아 지역에서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되면서 세타 엔진용 전자제어장치(ECU)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말레이시아 반도체칩 조립업체 유니셈이 셧다운에 들어가 수급난이 심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유니셈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3명 발생해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기아도 최근 반도체 수급 문제로 미국 조지아공장 가동을 하루 중단했고, 한국지엠은 부평1공장 가동을 절반으로 줄였다. 한국지엠의 경우 이미 상반기에만 반도체 품귀 문제로 8만대 이상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는 반도체 부족의 여파로 지난달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에 있는 8개 공장의 생산을 1~4주간 줄였다.

 

포드는 인기차종인 F-150 픽업트럭을 포함한 일부 차종의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며, 일본 도요타와 인도 마힌드라 등도 감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업계에선 반도체 수급난이 3분기에는 개선될 것으로 예측했다. 공급난이 장기화하면서 반도체 제조사들이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 공장이 몰려 있는 동남아시아가 코로나19 재확산 및 변이 바이러스 출몰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생산이 급감했다.

 

일각에선 차량용 반도체 품귀 사태가 향후 2년여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독일 다임러의 올라 켈레니우스 CEO는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에서 “반도체 수요·공급의 구조적 문제로 차량용 반도체 품귀가 내년까지 영향을 주고 그 다음해에야 완화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군나르 헤르만 포드 유럽이사회 의장도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2024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세계적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차 가격도 상승 추세다. 미국에선 신차는 물론 중고차, 렌트가까지 가격이 치솟고 있다. NBC는 미국 자동차 전문 평가 기관인 켈리블루북(KBB) 보고서를 인용, 지난 7월 기준 신차 가격이 네 달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전했다. KBB가 추산한 평균 신차 거래가는 4만2736달러(약 4944만원)로 전년 대비 8%가량 높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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