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색] 크리에이터 도티 “자극적인 콘텐츠로 승부하는게 훨씬 더 어려워요”

크리에이터 도티(본명 나희선). 사진=샌드박스네트워크

[세계비즈=김진희 기자] 유튜브 시대가 도래하면서 크리에이터들의 인기도 여느 톱스타 못지않게 높아졌다. 어린이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일명 ‘초통령’이라 불리는 크리에이터 ‘도티’도 그중 하나다.

 

 나희선이라는 본명보다 도티로 더 많이 불리는 그는 유튜브 채널 ‘도티TV’로 24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1세대 크리에이터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2013년 아프리카TV BJ로 데뷔했다. 차츰 유튜브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국내 게임 채널 구독자 순위 1위로 올라섰다.

 

 2015년엔 친구인 이필성 현 샌드박스 대표와 함께 샌드박스네트워크를 공동 창업했다. 샌드박스는 햇수로 6년 만인 현재 약 410개의 크리에이터가 소속된 회사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화려한 이력의 스타 크리에이터로서 승승장구만 했을 것 같은 도티가 최근 첫 에세이 ‘도티의 플랜B’를 펴냈다. “플랜A대로 되지 않아 다른 길을 찾다 보니 현재의 성공에 도달했다”는 도티를 15일 만났다.

 

 책을 만든 소회를 묻자 도티는 “공식적으로 도티와 나희선을 분리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살면서 해보고 싶던 일에 대한 도전이었다”고 답했다. 책에는 도티의 크리에이터 이전의 삶부터, 샌드박스를 창업하게 된 계기, 콘텐츠 제작 방식과 고민 등이 담겼다.

 

◆연세대 출신 PD지망생, 구독자 240만인 유튜버 되다

 

 대부분의 20대 청년들이 그렇듯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무얼 준비해야 할지 몰랐던 도티는 자기소개서의 이력사항 한 줄을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그는 유튜브 구독자 1000명을 모으면 PD가 되겠다는 플랜A에 한 발 더 가까워질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콘텐츠를 창작하는 일에 매력을 느꼈고, 잇따른 도전이 성공으로 이어지며 플랜B인 크리에이터의 길에 들어섰다. 좋은 학벌을 발판삼아 안정적인 직업을 얻는 대신 모험 같은 도전을 선택한 셈이다. 실패가 두렵지 않았는지 물었다.

 

 도티는 “이룬 게 많고 가진 게 많아야 실패도 두려운데, 당시엔 그런 입장이 아니었다”며 “1000명만 모아보자고 가볍게 생각했던 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것”이라고 말했다.

 

 초창기에는 아프리카TV에서 생방송을 진행하고, 이 영상을 다시 편집해 유튜브에 ‘다시보기’용으로 업로드하는 것이 게임 콘텐츠의 일반적인 유통 방식이었다. 도티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기승전결이 한편에 담긴 스토리 위주의 게임 콘텐츠를 선보였고, 이것이 성공의 기폭제가 됐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샌드박스네트워크 오피스. 사진=샌드박스네트워크

◆“자극성의 함정은 끝이 없어…창의력이 결합돼야”

 

 도티의 콘텐츠는 클린하기로 유명하다. 방송 초기부터 욕설, 성적 발언 등을 하지 않았고, 다루는 게임들도 폭력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자극적인 콘텐츠를 한다면 좀 더 쉽게, 빨리 이목을 끌수 있었을 텐데 이처럼 ‘순한맛’을 고집한 이유를 물었다.

 

 도티는 “‘자극성의 함정’ 때문”이라며 “자극적인 것보다 창의력이 결합된 콘텐츠를 통해 신선함을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초반에는 반짝 효과를 발휘할지 모르지만, 자극은 어느 순간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티 자신이 콘텐츠에서 욕을 하기 시작한다면, 기존에 없던 자극으로 구독자들의 시선을 끌 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욕설의 종류는 유한하다. 계속해서 더 센 표현을 찾지 못하면 지속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순한맛’과 함께 ‘성실함’ 역시 도티를 잘 표현하는 키워드로 손꼽힌다. 2013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도티가 만든 영상의 개수는 3000개가 넘는다. 다방면으로 활약하느라 바빠진 최근을 제외하면 꽤 오랜 시간 매일같이 영상을 올린 셈이다. 이같은 꾸준함의 원동력을 묻자 “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도티는 “어릴 때 일요일 아침에 TV에서 방영해주는 디즈니 만화를 보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어쩌다 늦잠을 자거나, 뉴스 속보 등이 떠서 못 보게 되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속상했다”며 “아이들이 제 채널에 느끼는 감정이 그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본래 영상이 업로드되던 시간보다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직전 영상에 도티의 안부를 묻거나, 기다리고 있다는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도티는 “실망감을 수치로 환산할 순 없지만, 공기 중에 그런 실망의 마음이 떠다니는 느낌을 받았다”며 “내가 좀 힘들고 피곤해도 영상을 올리는 게 차라리 마음 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강행군이 수년간 지속되자 건강에 빨간 불이 켜졌고 도티는 한동안 강제 휴식기를 가져야 했다. 그는 “그땐 쉬지 않고 영상을 올리는 게 정답인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면 그래선 안 됐다”며 “지금도 다른 크리에이터들에게, 팬들은 기다려줄 테니 힘들다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고 덧붙였다. 

 

크리에이터 도티(본명 나희선). 사진=샌드박스네트워크

◆“OTT 등 플랫폼 확대 추세…더 큰 기회의 장 열릴 것”

 

 최근 들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콘텐츠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도티는 이같은 흐름이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입지를 공고히 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컨대 창의력이 좋은 크리에이터들은 디지털 자본 유입으로 상상만 하던 콘텐츠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고, 다양한 플랫폼에 콘텐츠를 납품하며 부가가치도 더욱 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도티는 “최근 콘텐츠 수급이 필요해진 플랫폼들이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탐내기 시작했다”며 “앞으로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를 모셔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워크맨’, ‘와썹맨’ 등 디지털 오리지널들이 기존의 프로덕션과 만나 성공을 거둔 것처럼, 앞으로는 업계를 넘나드는 협업이 늘어나고 크리에이터들이 창의력을 펼칠 기회 또한 다양해질 것이란 분석도 덧붙였다.

 

 반면 일각에선 이미 유튜브 콘텐츠가 포화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거의 모든것들에 대한 콘텐츠가 존재하는 ‘레드오션’으로, 신규 도전자들의 성공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티는 단호히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 유튜브가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었다면 정치·트롯 콘텐츠의 확산으로 중장년층이 유입됐고, 재테크·부동산이 이슈되면서 3040세대도 합류했다는 것이다. 도티는 “유튜브가 전 세대의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니 오히려 어떤 주제로든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라며 며 “과거 못지않게 앞으로도 큰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purp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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