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아이컨택] 혼다車에게 필요한 1%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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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비즈=김대한 기자] “천재는 99% 노력과 1% 영감으로 이뤄진다.”

 

노력이 중요하다는 말로 알려진 것과 달리 토머스 에디슨의 명언은 사실 1%의 영감에 주안점이 있다. 이는 혼다코리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최근 혼다는 철수설을 뒤집 듯, CR-V 하이브리드를 공식 출시하며 국내 시장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이를 직접 경험해보기 위해 지난주 전남 영암에 있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으로 향했고, 총 4시간 안팎의 주행을 경험했다.

 

‘흠 없는’ 차에 대한 이견은 없었다. 튼튼한 차체, 낮은 무게중심 덕분에 부드러운 코너링 그리고 하자 없는 기술력에 믿음도 생겼다. 문제는 혼다만의 특별함을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어디서 본 듯한 디자인과 차별화 없는 주행력은 잘 만들었음에도 되레 심심한 느낌까지 들었다.

 

자동차는 감성이 중요하다. 사회적 지위의 상징, 자신의 자아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게 요즘 자동차다. 일례로 독일 3사(벤츠, BMW, 아우디)의 차주가 느끼고 싶은 감정은 고급스러움이다. 소형 SUV 시장에서 인기를 끌던 티볼리. 소비자가 티볼리를 통해서 누리고 싶었던 것은 젊고 세련된 정체성이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번 혼다의 감성 전략은 아쉽다. 이번에 직접 타본 CR-V 하이브리드는 4WD(사륜구동) 투어링, 4WD EX-L 두 가지 트림으로 나왔는데 가격은 각각 4777만원과 4510만원이다. 높은 가격대임에도 독일 3사에 밀려 고급스러움을 내세우기 모호하다. 좋은 기술력에도 합리적이지 못한 가격대가 소비자를 망설이게 할 것 같다. 더구나 세련미를 원하는 젊은 소비자를 확 끌어당길 정도의 디자인도 아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촉발됐던 일본제품 불매운동 탓에 일본차 전체가 여전히 불편한 시선을 받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혼다는 특히 여러 일본차 브랜드 중 실적도 좋지 않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혼다의 신규 등록 대수는 192대에 불과했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무려 42.0%나 하락한 것이다. 토요타는 같은 기간, 4.8% 줄어든 400대의 신규 등록 대수를 기록했다. 

 

CR-V 2세대 차까지는 기술력만으로도 국내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에게 들은 바로는 당시 국내 완성차 업계는 언제쯤 CR-V의 기술력을 따라갈 수 있을 지 한탄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국내 완성차 업계와 수입차 업계의 기술력 격차가 줄어들면서 이젠 CR-V만의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태다. 기술력을 기본으로 브랜드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해 보인다. 

 

더구나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완성차 시장은 일부 업체에는 절박한 상황이다. 전시장을 늘려 브랜드 경험을 강조하는 것, 안전에 특·장점을 내세우는 것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혼다 역시 불매운동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비자 구매를 끌어낼 수 있는 ‘1%의 매력’을 발굴하고 갖춰야 할 시점이다.

 

kimkor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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