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비자의 마음을 말하니…'광고 건너뛰기'도 피했다

 

스테이션3 다방 사업마케팅 총괄 박성민 이사

작년 이맘때만 해도 선선한 가을에 지인들과 동서로 분주하게 캠핑하러 다니느라 바빴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여행은 꿈도 꿀 수 없게 됐고, 누군가에게 밖에서 만나자고 하는 것조차 실례가 되는 그야말로 손발이 묶인 신세가 됐다. 그 흔한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일상조차 어려워졌다. 

 

‘인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적응력을 가진 동물이다’라는 말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불러온 일상의 변화는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상황이지만, 우리는 또 바뀐 삶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이 시기에 새로운 집을 구해 이사하고, 누군가는 집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졌다며 집 인테리어를 바꾼다. 밖에서 음식을 먹는 활동이 부담스러워지자 배달 음식점이 크게 늘었고, 유통업계에서는 집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홈웨어와 기초화장품 군의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우리의 모든 삶이 바뀌었지만 의식주 활동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시기에도 소비자의 마음을 훔쳐야 하는 기업, 브랜드의 마케팅 활동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은 팬데믹 시대에도 소비자의 감성코드를 읽는 마케팅으로 팬 층을 서서히 넓혀가고 있다. 최근 몇몇의 광고 캠페인을 통해 2020년 소비자의 마음을 관통한 감성코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일상의 소중함이다. 사실 이 말을 작년에 들었다면 식상하게 들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은 일상에 담긴 의미와 평범함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기업에서는 이를 적극 활용해 소비자의 공감과 참여를 유도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유튜브 오리지날에서는 지난 7월 'Life in a day(하루에 담긴 삶)'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가족, 친구와 보내는 하루 일상이 담긴 영상을 모아 영화감독 리틀리 스콧이 영화로 제작하는 프로젝트로, 해당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영상이 조회 수 3700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내 이커머스 11번가에서 진행한 ‘찾고 싶은 일상’ 댓글 이벤트에는 하루 동안 2만4000여 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많은 공감을 받았다. 소비자들은 코로나 이전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 받고 싶어한다. 

 

두 번째, 랜선라이프의 도전은 계속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 삶에 많은 제약을 두었다. 영화관람, 해외여행, 콘서트, 운동 등 사실상 모든 문화 레저활동은 중단됐다고도 볼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이 소비자의 간지러운 부분을 해결해주기 위해 나섰다.

 

집에서도 여행을, 캠핑을,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랜선콘텐츠를 선보인 것. 이 시기에 방구석에서 즐기는 인디 가수들의 음악콘텐츠인 배달의민족 '배민라이브'도 주목을 받았고, 여행플랫폼 마이리얼트립에서 진행한 '랜선투어'도 실제 가이드가 나와 생생함을 더하면서 여행업계에서 회자됐다.

 

카메라 앱 스노우에서 해외 배경에 자신의 모습을 합성할 수 있는 ‘#어디갈래_챌린지’가 연일 화제를 모으기도 했고, 아웃도어브랜드에서는 캠핑 전문 유튜버와 함께 캠핑, 차박 영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집콕시대'에 소비자들의 눈과 귀와 마음마저 즐겁게 해주는 랜선콘텐츠가 부상하고 있다. 

 

세 번째, 윤리적인 브랜드는 소비자가 지지해준다. 특정 기업, 브랜드가 사회 이슈에 대해 의견을 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이슈는 항상 찬반이 극렬하게 대립하기 마련인데, 어느 편을 지지하면 반대편을 등지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2020년 미국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곳곳에서 흑인 차별 항의 시위가 있었고, 온라인에서도 인종 갈등이 심화됐었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에 세계 최고 권위의 '칸 라이언즈'에서 수상한 광고 캠페인 ‘Go Back to Africa’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여행플랫폼 블랙앤어브로드에서 기획한 'Go back to Africa(아프리카로 돌아가라)'는 온라인상의 흑인 혐오 메시지를 모아 그 뒤에 진정 아프리카의 아름다움과 기나긴 역사를 보여줌으로, 인종차별 메시지에 대한 각성을 일으켰다.

 

얼마 전 해외의 K-pop 팬들이 'WhiteLivesMatter(Black Lives Matter에 맞서기 위해 백인들이 올린 해시태그)'에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 사진을 올려 태그를 빼앗는 작업을 진행한 것도 이러한 움직임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환경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미국의 아웃도어브랜드 파타고니아에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것도, 모두 윤리적인 기업을 선호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2020년 소비자들은 사회를 향해 끊임없이 자신의 메시지를 던지는 윤리적인 기업에 자신의 페르소나를 투입하고 이들의 든든한 지지층이 되고 있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메시지만 전하는 광고는 이제 ‘광고 건너뛰기’를 피할 수 없다. 소비자의 감성코드를 읽고 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이들의 마음을 여는 열쇠다.

 

< 스테이션3 다방 사업마케팅 총괄 박성민 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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