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 인상해야 하는데”…치솟는 손해율에 보험사들 한숨만

코로나19 여파에 경증 환자 급증…재난지원금 현금화에도 악용돼
금융당국, 보험료 인상에 부정적…“연내 추가 인상은 어려울 듯”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안재성 기자]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보험사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긴급재난지원금 여파에 경증 환자의 병원 방문 및 과잉 진료가 급증, 실손보험 손해율은 작년에 이어 역대 최고치를 재경신할 태세다.

 

치솟는 손해율을 안정화시키려면 보험료 인상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올해초 이미 한 차례 보험료를 올린 탓에 금융당국이 추가 인상에 부정적이어서 연내 인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은 137.2%로 지난해말(134.6%) 대비 2.6%포인트 뛰었다. 역대 최고치였던 작년 손해율보다 오히려 더 악화된 셈이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 영업손실도 지난해 1분기 5206억원에서 올해 1분기 6931억원으로 33.1% 늘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실손보험 영업손실이 2조4313억원에 달해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며 “올해는 이 기록도 뛰어넘어 3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험사들을 더 암담하게 하는 건 2분기 들어 실손보험 청구 건수가 더 증가하는 등 손해율 오름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해보험사 4곳의 지난달 1~20일 일 평균 실손보험 청구 건수는 2만2752건으로 집계됐다. 3월의 1만7067건, 4월의 1만8553건보다 20~30% 가량 확대된 수치다.

 

주된 원인으로는 코로나19 확산세와 재난지원금이 꼽힌다. 코로나19 탓에 열감기는 물론 목감기, 코감기 등 경증 환자들도 다수 병원을 찾고 있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올해초부터 경증 환자의 병원 방문 횟수가 대폭 증가했다”며 “코로나19에 대한 공포 때문에 평소에는 병원 진료를 받지 않을 수준의 경증 환자들도 병원 문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고 분석했다.

 

재난지원금은 이런 현상에 기름을 부었다. 재난지원금의 현금화를 노리는 소비자들이 실손보험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으로 불필요한 정형외과 도수치료나 한의원 추나 요법 등을 받은 뒤 실손보험금을 청구해 현금을 손에 쥐는 식이다.

 

소비자 A씨는 “재난지원금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후 실손보험까지 청구하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난다”며 “합법이니 문제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는 이와 관련한 여러 수법이 소개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염려되는 현상이지만 재난지원금 현금화를 노린 과잉 진료 여부를 분간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손보험은 손보사들뿐 아니라 생명보험사들도 많이 판다”며 “실손보험 손해율 급등은 보험업계 전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책은 실손보험료 인상뿐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구조 개선 등으로 대응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며 “보험료 인상만이 영업손실을 축소시켜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보험사들 마음대로 보험료를 올릴 수 없으며, 묵시적으로나마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료 인상에 부정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미 모든 보험사들이 연초에 실손보험료를 9%대 인상했다”며 “몇 달 지나기도 전에 또 올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완강한 태도를 감안할 때 연내 추가 인상은 어려워 보인다”며 “내년은 돼야 실손보험료 인상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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