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기회로’… 성장동력 확보 위한 M&A ‘빅뱅’ 잇따라

두산솔루스·현대HCN 등 M&A 대어에 기업들 이목 집중
산업계 “언택트·디지털기술 확보 기업 인수해야 경쟁력 확보”

산업계는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이 효율적인 기업 경쟁력 확보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산업계가 불황의 늪에 빠진 가운데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세 확장과 사업 다각화로 반전을 노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외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 기업 간 M&A가 활발해진다. 매물을 내놓는 기업은 현금 확보를 통한 유동성 위기 극복, 인수하는 기업은 중장기적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다. 사모펀드가 매물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업이 사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어’ 두산솔루스, 대기업 석유화학 계열사 눈독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이슈는 두산솔루스 인수전이다. 앞서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한 두산그룹은 채권단에 두산솔루스를 포함한 자산 매각, 유상증자, 제반비용 축소 등을 통해 3조원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의 자구안을 제출했다.

 

두산솔루스는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 전지박(동박)과 OLED(올레드) 소재 등을 생산하는 회사로 두산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꼽혀왔다. 현재 두산그룹이 원하는 두산솔루스 매각 가격대는 8000억원~1조원 수준이다. 

 

인수 후보로는 석유산업 부진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SK, LG, 롯데 등 대기업 석유화학 계열사들이 꼽히고 있다. 이 중 업계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게 롯데케미칼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2021년 가동을 목표로 헝가리에 양극박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라 롯데케미칼이 두산솔루스 인수 시 사업 시너지 창출이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양극재 분야 글로벌 선두 업체인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탈락했고, 대안으로 히타치케미칼을 인수한 쇼와덴코 지분 4.69%를 1700억원에 매입하기한 바 있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국내 5대 그룹 중 전기차, 배터리 관련 사업이 없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최근 실적 발표에서 인수·합병 기회를 찾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HCN 인수전, 통신 3사 전원 참여

 

방송·통신 업계에선 현대HCN 인수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모두 참여하며 ‘빅뱅’을 예고했다. 이들 기업은 지난달 26일 마무리된 예비입찰 공모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 3월 물적분할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 현대HCN은 케이블TV 점유율 기준 LG헬로비전, 티브로드, 딜라이브, CMB에 이어 5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현대HCN 가입자는 134만5365명, 시장점유율은 4.07%다. 현대HCN의 몸값은 최소 5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수전에 뛰어든 통신3사는 모두 올레tv(KT), Btv(SK텔레콤), U+tv(LG유플러스) 같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과 유료 방송사를 운영하고 있어 현대HCN 인수 시 적잖은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식품·렌터카 업계 M&A도 활발

 

식품업계에선 빙그레가 해태제과 빙과사업부문을 인수하며 롯데제과를 제치고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1위로 올라섰다. 빙그레는 지난 3월 해태아이스크림 보통주 100%인 100만주를 14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시장점유율은 42%로 올라 2위 롯데제과와의 격차를 13%포인트 벌리게 됐다.

 렌터카 시장에선 SK네트웍스가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전엔 올해 1월 AJ렌터카를 전격 인수하며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시장점유율은 기존 11.4%에서 20.7%로 훌쩍 뛰면서 1위 롯데렌터카(23.4%)와의 격차를 줄였다.

 

◆해외기업 M&A, 기업 경쟁력 확보 수단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기업 M&A가 국내 기업의 효율적인 경쟁력 확보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언택트·디지털기술 확보 기업의 인수가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이런 가운데 코트라는 2일 국내 기업들의 해외 M&A를 지원하기 위해 ‘중소·중견기업, 해외 M&A에서 길을 찾다’를 발간했다. 김주철 코트라 투자M&A팀장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진행되면서 M&A가 국내 기업의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며 “해외 M&A는 첨단기술, 영업망 등 핵심 역량을 단시간에 확보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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