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6년8개월 꼬박 모아야 서울에 ‘내 집 마련’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전·월세 가구는 월급의 20%를 임대료 납부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강남 아파트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전·월세를 사는 가구는 월급의 5분의 1을 임대료 납부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6.8년 간 연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국토연구원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작년 6~12월 전국 6만1170가구를 대상으로 개별 면접 조사한 결과다.

 

조사 결과 임차 가구의 월 소득에서 월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인 RIR(Rent Income Ratio)는 전국 단위에서 1년 사이 15.5%(중앙값)에서 16.1%로 올랐다. RIR은 도지역이 전년 15.0%에서 12.7%로 떨어지고, 광역시 등이 전년과 같은 16.3%를 기록했다. 반면 수도권이 전년 18.6%에서 작년 20.0%로 1.4%포인트 올라 평균을 높였다.

 

서울 등 수도권의 전·월세 상승으로 수도권에 거주하는 임차 가구는 도지역이나 광역시 등에 거주하는 임차 가구보다 임대료 부담을 큰 것을 의미한다.

 

자가 가구의 연 소득 대비 주택구입가격 배수(PIR, Price Income Ratio)는 전국에서 5.4배로, 2018년 5.5배보다 다소 낮아졌다. 이는 한 가구가 1년 소득을 모두 저축한다고 가정해도 5.4년은 모아야 자기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수도권의 PIR는 6.8배로 광역시(세종시 포함·5.5배), 도 지역(3.6배)을 웃돌았다. 다만 수도권, 광역시, 도 지역은 모두 지난번 조사 때보다 소폭 감소했다.

 

생애 최초 주택 마련에 걸리는 기간은 6.9년으로 지난해 7.1년에서 2개월가량 단축됐다. 수도권에 첫 주택을 마련하는 데는 7.4년, 광역시는 7.1년, 도지역은 6.2년이 소요됐다 자기 집을 가진 가구의 비율(자가 보유율)은 61.2%로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54.2%)은 0.1%포인트 떨어지고, 광역시(62.8%)도 0.2%포인트 하락했지만 지역(71.2%)이 0.9%포인트 올라 전체 자가 보유율 상승을 이끌었다.

 

자기 집에 살고 있는 가구의 비율(자가점유율)도 58.0%로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0.3%포인트 올랐다.

1년 사이 수도권 자가점유율은 49.9%에서 50.0%로 올랐고 광역시는 60.2%에서 60.4%로, 도지역은 68.3%에서 68.8%로 올랐다.

 

전체 가구의 평균 거주 기간은 7.7년으로 전년과 같았고, 현재 집에서 산 기간이 2년 이내인 가구의 비율(주거이동률)도 36.4%로 변화가 없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40.3%)의 주거이동률이 광역시(35.5%), 도 지역(30.9%)보다 높았다. 1인당 평균 주거면적은 32.9㎡로 2018년의 31.7㎡보다 늘었다.

 

지하·반지하·옥탑방 거주가구는 전년 1.9%(37만6000가구)에서 1.3%(26만5000가구)로 줄어 조사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주택 보유 의식 조사에서는 84.1%가 “주택이 꼭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2018년(82.5%)보다 1.6%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조사 대상 가구는 가장 필요한 주거 지원 프로그램으로 주택구입자금 대출 지원(31.2%), 전세자금 대출 지원(23.5%),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11.9%) 등을 꼽았다.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가구 중 93.5%는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그 이유로는 ‘저렴한 임대료’(49.0%)와 ‘자주 이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39.7%) 등이 꼽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가점유율이 늘고 최저주거 기준 미달 가구 비중이 낮아지는 등 주거복지 정책의 효과가 점차 가시화되며 전반적으로 국민의 주거수준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주택시장 안정 기조를 강화하고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수요 근절, 양질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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