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종근당, 할랄인증 획득…80조원 '할랄 시장' 뛰어든다

대웅제약, 동물세포 유래 바이오의약품 할랄인증 획득
종근당, 인도네시아 최초 할랄인증 항암제 공장 준공

[세계비즈=김민지 기자] 대웅제약과 종근당이 인도네시아를 교두보 삼아 이슬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슬람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아 국내 제약사들의 새 수요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슬람 지역에 진출하기 위해선 할랄 인증이 필수 요소로 꼽힌다. 

 

할랄이란 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말한다. 전세계 무슬림 인구는 약 18억명으로 추산되며 의약품 시장 규모는 80조원에 달한다. 오는 2060년에는 약 30억명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웅제약 본사 전경. 사진=대웅제약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의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대웅인피온은 세계 최초로 동물세포 유래 바이오의약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대웅인피온은 지난 3일 적혈구 생성인자(EPO) 제제 ‘에포디온’에 대해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기관으로부터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대웅인피온은 대웅제약이 2012년 인도네시아 기업인 ‘인피온’과 함께 설립한 합작 법인이다. 수라바야에 인도네시아 최초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준공해 인도네시아 최초의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인 ‘에포디온’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에포디온’은 신장 투석과 같은 만성신부전 환자와 항암환자를 위한 빈혈치료제다. 

 

지난 2016년 12월 인도네시아 식약처(BPOM)로부터 판매 허가를 획득하고, 2017년 4월 인도네시아 시장에 발매됐다. 출시 6개월만에 인도네시아 EPO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현재 4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대웅인피온은 에포디온의 성과를 기반으로 인도네시아의 할랄 인증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을 준비해왔다. 

 

전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10월부터 현지에서 유통되는 모든 음식료품, 화장품, 화학제품, 생물학제품 등에 할랄 인증 여부에 대한 표기를 의무화하는 ‘할랄제품보장법’을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인도네시아의 할랄 인증기관인 무이(MUI)는 말레이시아의 자킴(JAKIM), 싱가포르의 무이스(MUIS)와 더불어 세계 3대 할랄 인증기관 중 하나다. 인도네시아 MUI 할랄 인증은 중요한 성과로 여겨진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의 할랄 인증은 합성의약품 대비 절차가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대웅인피온은 에포디온의 허가 직후 할랄 인증을 위한 팀을 별도로 조직해 에포디온에 대한 할랄 인증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왔다. 그 결과 2017년 10월 할랄 인증 신청 이후 지난해 공장 실사를 거쳐 약 2년만에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종근당 본사 전경. 사진=종근당

이보다 앞서 종근당도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종근당은 지난해 2월 인도네시아 이슬람 최고 의결기구인 울레마협의회(MUI)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아 인도네시아 최초 할랄 인증 항암제 공장을 준공했다. 

 

이곳에선 약을 만들 때 들어가는 원료 중 하나인 돼지기름을 콩기름으로 바꿨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근로자들이 제품을 만지기 전 깨끗한 물로 손을 씻을 수 있도록 했고, 기도실도 마련했다.

 

종근당 측은 “할랄 인증이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인증받은 제품을 더 선호한다는 현지 시장 분석에 따라 인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종근당이 글로벌 진출 교두보로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것은 현지 의약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 봤기 때문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이 공장을 향후 20억 인구에 달하는 이슬람 국가들을 비롯해 아세안 경제공동체로 진출할 수 있는 거점으로 삼을 전략”이라며 “향후 북아프리카와 유럽까지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minj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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