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 '롯데신화' 신격호 명예회장 별세…대기업 창업 1세대 막내려

향년 99세…껌 사업 시작해 재계 5위 롯데그룹 일궈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오후 4시30분께 별세했다. 사진=롯데 

[세계비즈=유은정 기자]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오후 4시30분께 별세했다. 향년 99세. 이로써 신 명예회장의 별세로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구인회 LG 회장, 최종현 SK 회장 등 재계를 이끈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렸다.

 

 신 명예회장은 껌 사업으로 시작한 롯데를 국내 재계 5위 재벌로 성장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 걸쳐 식품뿐 아니라 유통, 관광, 석유화학 분야의 대기업을 일궈낸 자수성가형 기업가다.

 

 1921년 경남 울산에서 5남 5녀의 첫째로 태어난 그는 일제강점기인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과 우유 배달 등으로 고학 생활을 견뎠다. 이후 1944년 선반(절삭공구)용 기름을 제조하는 공장을 설립하면서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2차 대전에 공장이 전소하는 등 수난을 겪었다.

 

 비누, 화장품을 제조해 재기에 성공한 그는 껌 사업에 진출했고 1948년 ㈜롯데를 세웠다. 이후 롯데는 초콜릿,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해 성공했다.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오후 4시30분께 별세했다. 사진은 신 명예회장. 사진=연합뉴스

 일본에서 사업을 일으킨 신 명예회장은 한국 시장에도 발을 디뎠다. 한∙일 수교로 고국에 투자할 길이 열리면서 그는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이후 최대 식품기업으로 성장한 롯데는 관광과 유통, 화학과 건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나아가 그는 롯데호텔과 롯데월드, 롯데면세점 등 관광 산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했다. 고인은 관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관광산업 분야에서 최초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기업가로서 신 명예회장은 롯데를 굴지의 기업으로 키워냈지만 말년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2015년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롯데는 큰 위기를 맞았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같은 편에 선 신 명예회장은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국내 계열사 이사직에서도 퇴임해 형식적으로도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경영권 갈등에 정신건강 문제가 드러나고 90대 고령에 수감 위기에 처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법원은 정상적인 사무처리 능력이 없다며 사단법인 선을 한정후견인(법정대리인)으로 지정했다.

 

 신 명예회장은 두 아들과 함께 경영비리 혐의로 2017년 12월 징역 4년 및 벌금 35억원을 선고받았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 구속은 면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차남 신동빈 회장,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와 딸 신유미 씨 등이 있다. 신춘호 농심 회장, 신경숙 씨, 신선호 일본 식품회사 산사스 사장, 신정숙 씨,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부회장이 동생이다.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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