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유전 피격에 국내 정유사 실적 악화 우려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주형연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이 피격 당하며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자 하반기 실적 반등을 기대했던 국내 정유사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정제마진이 악화될 수 있다. 정제마진이 악화되면 정유업계에 타격을 주게 된다.

 

정유·화학 업체들은 수입한 원유를 재가공해 판매하는데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오르면 수익이 나빠진다. 특히 유가가 오르면 석유제품 소비가 위축되는 반면 원료 가격 상승분만큼 석유제품 가격은 오르지 않아 정제마진이 악화된다.  

 

사우디의 이번 석유 생산 중단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라 단기적으로는 사우디의 자체 재고 및 미국 전략비축유 방출 등으로 수급 차질을 완화할 수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이를 상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예상보다 피해 규모가 커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가가 과도하게 오르면 물가 상승, 구매력 약화를 야기할 수 있기에 재정정책이 필요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원유 공급 차질 우려는 해소될 수 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9월 말 유엔(UN)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이란 정상 간의 만남이 성사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사우디를 대체할 다른 공급선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에쓰오일을 포함한 국내 정유사의 원가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는 국내 최대 원유 수입처로 약 30% 가량을 차지한다. 드론 피습을 당한 사우디 아람코는 국내 정유 4사 중 에쓰오일의 지분 63.4%를 차지하는 최대주주이며 현대오일뱅크의 지분을 약 20% 가량 갖고 있는 2대주주다. 

  

하지만 사우디 유전 시설 피격이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중이 우려할 수준이 아닌데다 아람코 등 원유 비축량도 충분하다는 것이 이유다. 장기화될 가능성 보단 단기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국제 유가 변동을 우려해 전략 비축유(SPR) 방출에 나섰다"라며 "오래 전부터 사우디 원유 비중을 낮췄기 때문에 국내 정유사들의 하반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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