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심 약한 권영수, LG 개혁 완수할 수 있을까

LG그룹 주가 실적악화에 하락세 지속…상장 계열사 시총 20조 줄어
권 부회장 재임 시절 핵심 계열사 '용두사미' 실적, 혁신 주도 의문표

권영수 LG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장영일 기자] LG그룹 내 '1등 DNA' 전도사로 불리는 권영수 부회장이 작년 이맘때 LG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으면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최근 1년새 LG그룹의 주가 하락세가 말해주듯 LG그룹의 경쟁력은 종전과 비교할 때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권 부회장이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을 대표 재임 시절에 업계 1위로 올려놓기도 했지만 임기말엔 늘 실적이 곤두박칠치는 등 뒷심이 약한 모습을 보였다.  권 부회장이 취임 1년을 맞이한 구광모 회장을 보좌해 LG그룹의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지 의문 부호가 따라붙는 이유다.

 

권 부회장이 대표 이사를 맡았던 LG그룹 핵심 계열사들은 임기 초기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권 부회장은 2008년 당시 조 단위의 적자를 내던 LG디스플레이를 구조조정을 통해 흑자로 바꿔놓았다. 그리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는 가운데 영업·투자·기술개발 등에도 주력하면서 LG디스플레이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LG 측은 "권 부회장이 LG디스플레이를 LCD 패널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회사로 성장시켰고 TV용 OLED 사업 육성을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임기 마지막해인 2011년 영업손실(9243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2011년 당시는 유럽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기가 악화됐다는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조업 가동률은 경기 부침에 큰 영향을 받는다. 금융위기 직전(2008년 1분기) 81.3%이던 가동률은 2011년 당시 60%대까지 급락하면서 본격적인 경기 침체에 돌입하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이듬해 LG화학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LG화학 전지부문 사장을 지낸 2012년부터 2015년까지 LG화학은 매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업계 1위를 질주했다.

 

권 부회장은 재임 기간 전지사업본부장으로서 전기차 배터리 등 중대형 전지 사업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높은 평가와는 달리 담당 부문의 실적은 저조했다. 권 부회장이 맡은 전지부문의 영업이익은 2012년 388억원, 2013년 323억원, 2014년 648억원으로 들쑥날쑥했는데, 재임 마지막해인 2015년엔 영업이익이 단 5200만원에 그쳤다. 

 

권 부회장이 떠난 이후에도 전지 부문의 수익성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부문 점유율은 글로벌 시장에서 4위에 머무르고 있다. 글로벌 기업 뿐만 아니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올 1분기에만 전지부문 영업손실은 1479억원에 달했다.

 

더욱이 권 부회장이 물러나기 전인 2015년까지 업계 1위를 수성한 LG화학은 2016년과 2017년 2년간 롯데케미칼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된다. 작년에 1위를 탈환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롯데케미칼에 1위 자리를 또다시 내줬다.

 

이같은 뒷심 부족 현상은 LG유플러스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2016년 수장이 된 LG유플러스에서는 첫해 영업이익 7464억원, 2017년 8262억원 등 2년 연속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권 부회장의 LG유플러스는 고착화된 점유율 구도를 깨기 위해 공격적 마케팅과 신사업 개발, 5G 등에 주력하면서 2016년 1200만명, 2017년 130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권 부회장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2018년 6월까지 영업이익은 3887억원에 그쳤다. 2018년 전체 영업이익도 73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5%나 감소했다. 통신비 인하 요구에 따른 선택약정 확대 등으로 무선 매출이 감소세를 보인 것도 실적 악화 요인중 하나다.

 

2016년과 2017년에 호실적을 기록하는 과정에서는 잡음이 일기도 했다. 2016년 호실적이 하청업체에 대한 수수료를 40% 삭감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LG유플러스가 하청업체인 수탁사 구조조정을 위해 또 다른 하청인 홈서비스센터에 수탁사의 업무 중 일부를 이관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하청업체는 구조조정를 맞았고 수많은 서비스기사들이 실직되면서 LG유플러스와 갈등을 빚었다.

 

게다가 화웨이 보안 관련한 권 부회장의 발언도 LG유플러스에 대한 반감을 키웠다. 권 부회장은 화웨이 보안 이슈가 불거진 지난 'MWC 상하이 2018'에서 "이변이 없는 한 화웨이 장비를 쓰겠다"고 밝혔다.

 

화웨이의 5G 장비 기술력이 높고 가격도 30%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경영자로서 합리적 선택이었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나왔지만 권 부회장의 행보는 다른 통신사들이 화웨이 배제 움직임을 보인 것과 사뭇 달랐다. 권 부회장이 화웨이 보안 이슈를 잠재우지 못하면서 LG유플러스에 대해 악화된 여론은 현재까지 사그라들고 있지 않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전자, LG화학 주가 추이(2018년 8월초~2019년 8월13일 현재).

 

권 부회장이 그룹 콘트롤타워로 자리를 옮긴 1년새 LG그룹의 주가 하락세 또한 심상치 않다. LG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도 지속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8월초 현재 1년 전보다 주가가 40% 가까이 하락했다. LG이노텍도 하락률이 41%에 달한다. LG전자(-18%), LG화학(-19%) 등 주력 계열사들의 주가도 하락폭이 크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12.5%)과 비교해도 낙폭이 크다.

 

작년말 LG그룹 내 상장 계열사 시가총액 합계는 100조원을 넘겼지만 8월 현재 시가총액 합계는 작년말 대비 20조원 가량 줄어들었다. 최근 주가 하락은 기업이 미래에 이익을 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하는 주주들이 많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권 부회장은 LG전자·LG디스플레이·LG유플러스 등 그룹 내 IT·전자 계열사에서 기타 비상무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실상 그룹 주요 계열사 이사회를 총괄하고 있는 실질적 2인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그룹 계열사들의 거듭된 부진에도 주요 임원진들이 여전히 높은 자리를 지키는 것과 관련해 조직원내 반감도 큰 상황"이라면서 "성과주의에 입각한 확실한 신상필벌 뿐만 아니라 조직내 성공 DNA를 이식해 그룹의 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인재 기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jyi7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