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의 도(?)넘은 마케팅…연구·투자는 뒷전

넷플릭스부터 5G 속도 논란까지, 소비자 혼란·타사와 갈등 유발
마케팅에 수천억 쏟아붓지만…연구개발은 타사의 5분의 1 수준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작년 12월 서울 용산구 사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세계파이낸스=장영일 기자] LG유플러스의 상도의를 저버린 공격적 마케팅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넷플릭스 도입부터 최근 5G 속도 논란까지 가입자만 늘리면 된다는 식의 막무가내식 마케팅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가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안목보다는 당장의 실익만을 쫒는 근시안적인 영업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자사 5G 속도가 최고라는 일련의 광고를 진행하면서 SK텔레콤, KT와의 갈등이 격화됐다.

LG유플러스는 자사 5G 속도 측정 자료를 제시하면서 3사 중 가장 5G 속도가 빠르다고 광고했다.

이에 SK텔레콤과 KT는 측정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LG유플러스에게 유리한 일부 지역에서 일부 기기만을 가지고 측정한 결과를 일반화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LG유플러스가 이용한 벤치비는 5G 전 단계 이동통신처럼 망이 잘 깔리거나 유선 등에서 주로 쓰이는 것일 뿐 5G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최고 속도 공개검증을 요구, 재차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의 '따라하기' 마케팅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LG전자와 로봇 분야 협력에 나선다고 자료를 냈다. 뒤이어 LG유플러스도 자사도 LG전자와 로봇 분야서 협력할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 자료는 LG전자 측도 모르는 일로 LG유플러스는 홍보전략 가운데 피해야 할 금기중 하나인 물타기 광고 전략을 구사했다.

LG유플러스의 독단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국내사들과 진출을 조율하던 넷플릭스와 파격적인 딜로 업계의 원성을 산 바 있다.

넷플릭스가 해외 사업자와 제휴할 때 수익 배분을 9:1로 요구해왔는데 LG유플러스가 비슷하게 수용한다면 국내 사업자와 역차별 논란이 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콘텐츠 제공자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수익 배분율은 일반적으로 5:5나 6:4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자사 가입자수 증가를 위해 미디어공룡이 헐값으로 국내에 진출하는데 앞장서면서 국내 콘텐츠 산업 보호를 외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방법이 어찌됐든 LG유플러스는 득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기준(단위:억원)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통신 3사 중 시장점유율 꼴찌였던 LG유플러스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월말 기준 5G 가입자 점유율은 SK텔레콤 40.8%, KT 32.1%, LG유플러스 27.1%다. 공식처럼 여겨졌던 통신 3사의 5:3:2 점유율 구도가 깨진 것이다.

문제는  LG유플러스가 시장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쟁업체들과 비교할 때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작년에 1조3971억원의 설비투자를 진행했다. 2017년엔 1조1378억원, 2016년 1조2588억원 등이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2조1279억원, 1조9839억원, 1조9637억원 등 매년 LG유플러스 대비 8000억원 가까이 많은 설비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KT도 작년 1조9765억원, 2017년 2조2498억원, 2016년 2조3590억원 등 LG유플러스 대비 월등하다.

특히 연구개발비용에서는 극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작년 752억원의 연구개발비용을 공개했는데, 이는 KT(2729억원)의 28%, SK텔레콤(3877억원)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대신 광고비는 SK텔레콤과 KT 못지 않게 썼다. LG유플러스의 작년 광고선전비는 2674억원으로 SK텔레콤(4685억원)보다 적었지만 KT(1577억원)보다는 많았다.

LG유플러스가 연구개발에 소홀한 가운데 공격적인 마케팅에만 의존한다면 이전 LTE 때의 쓰라린 경험을 반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T는 LG유플러스보다 6개월 늦게 상용화를 했지만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올리며 1년5개월만에 역전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따라하기식  마케팅은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속이는 행위"라면서 "콘텐츠 개발, 망의 안정성 등에 따라 앞으로 5G 가입자 유치전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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