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불매운동 확산에 국내 항공·여행업계도 피해

유니클로·무인양품 등 판매 급감…롯데그룹 주가 ‘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발표 후 민간 차원의 일본 불매운동이 점점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항공· 여행업계도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일본 단거리 황금노선에 주력해온 저비용항공사(LCC)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또  롯데와 일본의 합작사들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대표적으로 SPA브랜드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아사히맥주 등이 꼽힌다.

◇“일본 여행 안 가요”…항공·여행업계 시름

작년까지 일본 여행은 매년 성장 중이었다. 지난해에만 일본 여행객이 750만명에 달했으며 한국의 일본에 대한 여행지급은 51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2% 늘었다. 방일 한국인 수가 전체 순출국자의 28%를 차지하는 등 일본은 단일국으로 가장 비중이 높은 인기 여행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발표 후 일본 노선 예약 건수가 급감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예년이었으면 10~11월 예약이 차고 있을 시기에 9월 예약물량도 차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보통 비행기 예매가 1~2달 전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영향은 8월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며 “실적에 대한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서장은 “현재 항공사에서 일본 노선의 매출 비중이 11~26% 수준으로 국제선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국내 항공사의 피해를 걱정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들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LCC는 구조적으로 단거리 노선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그중 일본 노선은 이들에게 수익을 보장해온 황금 노선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LCC들은 일본의 소도시까지 노선을 경쟁하듯 확대해왔었다.

제주항공의 1분기 기준 일본 노선의 매출 비중은 약 25%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각각 24%, 28%를 차지했다. 티웨이항공의 일본 노선 매출 비중도 약 30%에 달했다.

LCC업계 관계자는 “일본 노선 수요를 다른 나라로 돌리는 것도 검토 중이지만 마땅한 대체국가를 찾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성수기를 앞두고 여행업계도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에 신음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 8~10일 일본 여행 신규 예약 인원수가 평소 대비 하루 평균 약 400명 줄었다. 인터파크투어도 지난 12일 기준 예약자가 이달 1일의 절반으로 내려앉았다. 롯데홈쇼핑은 일본 여행 상품 판매 방송을 준비하다가 여론을 의식해 스스로 접기도 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한일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일본 여행 축소 흐름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수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현 시점에서 방일 관광수요 위축을 피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유니클로· 무인양품 타격…롯데그룹에도 불똥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계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유니클로와 일본계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은 불매운동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일본 불매운동 여론이 조성된 지난 3일 이후 8일간(7월 3~10일) 유니클로의 하루 평균 카드 이용 건수는 전주 대비 26.2% 급감했다. 유니클로 측은 자사 임원의 “불매운동이 장기간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무인양품도 같은 기간 하루 평균 카드 이용 건수가 19.7% 줄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번달 1~14일 일본 맥주 판매량이 지난달 17~30일 대비 24.6% 축소됐다. GS25에서도 24.2% 줄었다. 이처럼 일본 맥주에 대한 거부 반응이 커지면서 수입 맥주 1위 자리를 지켜온 아사히맥주 역시 상당한 손해를 입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불매운동의 여파는 유니클로, 무인양품, 아사히맥주 등뿐 아니라 이들의 유통채널인 롯데그룹으로도 옮겨가는 양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번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의 능숙하지 못한 한국말이 이슈화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롯데그룹은 ‘사실상 일본 기업’으로 인식됐다”고 말했다. 그는 “때문에 일본 불매운동 여파가 롯데그룹 전체로 번져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롯데그룹주들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롯데지주 종가는 3만9250원으로 지난 1일 대비 11.10% 떨어졌다.

같은 기간 유니클로 지분 49%를 보유한 롯데쇼핑 주가는 13.29%, 롯데아사히 지분 50%를 보유한 롯데칠성 주가는 10.59%씩 각각 내렸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도 10.14%, 12.05%씩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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