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베트남⑩끝] '현지화·시너지·장기적 안목…' 성공 열쇳말

연 6% 고성장 속 취약한 금융시장·과당경쟁 등 우려도
"철저하게 현지화 나서야"…한-베트남 윈윈 모델 모색

 최근 한국과 베트남 간 교류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추세다. 정부도 베트남을 신(新)남방정책 국가 중 핵심파트너로 꼽으며 경제에서 인적교류 분야까지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 금융회사들도 7000곳 넘는 한국 기업이 현지에 진출해 있는 베트남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연 평균 6%에 달하는 높은 경제성장률, 여기에 여전히 낮은 금융시장 침투율 등도 메리트로 부각되고 있다. 세계파이낸스는 '꿈틀대는 베트남' 시리즈를 통해 현지 진출한 한국 금융회사 및 양국 간 교류 현황을 분석하고 향후 성공전략 등을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한국 금융회사들이 베트남 시장에 뿌리내리려면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필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진 금융기법을 현지 사업자 및 감독당국과 공유하고 현지 금융소비자들의 편익을 높이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장기적 안목에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주문한다.

◇계열사 시너지 높이고 차별화 경쟁력 어필해야

베트남 내 국내 금융회사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77억 8000만 달러(한화 약 9조 원)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올린 당기순이익은 1억 5720만 달러(한화 약 1800억 원)로 중국(2억 5180만 달러), 홍콩(2억 3500만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총자산이익률(ROA)은 2.0%로 국내 일반은행(0.6%)을 크게 웃돈다. 베트남 경제가 연평균 6%가 넘는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 금융회사들이 현지 진출한 한국계 기업 등을 중심으로 영업력을 확장한 결과다.

하지만 베트남이 기회의 땅인 것만은 아니다. 금융침투율은 여전히 낮고 부실 금융회사에 대한 구조조정도 현재진행형이다. 한국계 금융사 간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베트남 정책당국 내부에선 지나치게 많은 외국계 금융사에 금융업 라이선스를 내주는 게 아니냐는 경계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업계 안팎에선 금융그룹 계열사 간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대한 여수신 업무 및 수출입금융서비스에서 더 나아가 증권·보험·IB 등 비은행 분야와 연계한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지난 2월 20일 국민은행 하노이지점 개점식에서 "베트남 진출 기업에 대한 대한 여∙수신 및 수출입금융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IB시장, 자본시장, 디지털뱅킹 서비스 및 KB금융그룹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한 원스톱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시중은행의 베트남 지점장은 "한 예로 베트남에서 은행과 소비자금융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경우, 은행 이용이 쉽지 않은 소비자에게 금융 이용 기회를 제공하는 식의 연계영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환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최근 추진 중인 민영화와 맞물려 베트남 주식시장에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주식시장 발달이 기대되는 만큼 금융그룹 내에서 은행과 금융투자 간 공동영업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베트남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함께 사업기회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현지 영업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한 예로 농협금융그룹은 농협은행 하노이 지점 및 증권법인과 아그리뱅크(Agribank)간 상호 금융지원 및 고객소개, 디지털금융 및 농업금융 협력뿐만 아니라 보험, 캐피탈 등 비은행 분야로 베트남 협력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농협손해보험이 농업보험상품 공동개발을, NH투자증권은 IB사업협력을 아그리뱅크와 함께 진행하는 식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지 '국민SNS'로 불리우는 '잘로'를 비롯해 전자지갑 앱 '모모' 등 베트남 디지털 기업과 손잡고 제휴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 가운데)과 찐 응옥 칸 아그리뱅크 회장(오른쪽)이 지난 2월 21일 농협금융의 아그리뱅크 방문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아그리뱅크

은행별 특화된 금융 노하우를 베트남에 소개하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 기회로 삼아 양국 간 기업의 공동 발전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국민은행은 베트남에서 사회주택이나 국민주택공급 등의 정책을 펼칠 때 협력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기업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중소기업금융과 애그리비즈니스를 강조하는 게 그러한 예다. 베트남 중앙은행의 관심이 높은 P2P대출, 가상통화, 비현금결제 분야에서 사업 제휴 기회를 모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장기적 안목서 현지화 추구해야…당국간 우호적 관계 구축도

지난 1993년부터 베트남 시장에 꾸준히 공들여온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지화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이 은행은 베트남 내 32개 네트워크를 두고 기업금융은 물론 개인 고객들의 자산관리 업무 및 디지털을 접목한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규모는 966억 원에 이른다. 지난 14일엔 베트남 은행 최초로 고자산 고객들의 자산관리를 전담하는 PWM센터를 호찌민 푸미흥에 열기도 했다. 

 

농협은행 첫 하노이지점장을 지낸 이우식 농협은행 당산지점장은 "한국 은행들이 현지화에 성공하려면 리스크관리 역량을 토대로, 외국환 능력 및  (베트남 내) 우량 기업 발굴·유치를 위한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베트남 진출 초기 현지 금융기관과 한국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에서 현지 소비자 대상 소매영업까지 진행한다면 진정한 현지화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베트남은행 하노이 경남랜드마크 지점. 사진=오현승 기자

이 같은 상황에서 베트남 금융당국의 외국계 자본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실제로 한국 금융회사의 현지 지점 개설, 베트남 금융사 지분인수 및 법인(합작법인) 설립 등이 늘면서 현지 감독 당국의 인허가 지연 등 관련 애로사항이 늘고 있다. 브엉 딘 후에 베트남 부총리는 최근 방한 일정 중 "현재 베트남정부는 재정, 은행 등의 분야에서 금융시스템 구조조정에 집중하고 있다. 내년 말까지 외국자본에 의한 은행 설립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지난 4월 19일 열린 '국내 금융회사 신남방 진출 지원 간담회'에서 "최근 국내 금융회사의 신남방지역 진출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상대국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며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해외점포의 현지화에 더욱 노력해달라"고 금융사에 주문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 및 금융당국 간 직·간접 협의채널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안으로 꼽힌다. 베트남 정부의 한국계 금융회사의 인허가 가능성을 높이고 현지 감독당국의 제재, 검사 등의 리스크에 대비해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선 '관(官)'의 지원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금감원이 베트남의 요청에 따라 베트남 증권법과 보험업법 전면개정 작업, 투명한 공시시스템 구축 및 회사채 발행사에 대한 정확한 신용평가시스템 구축 등을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양국 정부 및 금융감독 간 활발한 교류를 통해 민간 금융회사의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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