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경기 둔화 우려…한은, 선제 대응 나서나?

수출·투자·소비 '트리플 부진' 심각…노무라, GDP 성장률 1.8% 예측
가계대출 비중 고소득자 64.4%·고신용자 70.8%…시스템적 리스크 낮아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 초반대까지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게 진단되는 등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여전하지만 시스템적 리스크로 전이될 확률은 낮은 반면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경제의 하방 위험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금리인하를 시사해 부담을 던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간 금리인하에 부정적이던 입장에서 크게 선회한 것이다.

이 총재의 입장 변화는 무엇보다 심각한 경기 부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4%(한은 집계)로 역성장하면서 연간 경제성장률에도 먹구름이 꼈다.

한은이 이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하향조정한 가운데 다른 기관의 전망치는 더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로 예상했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9개 해외 투자은행(IB)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3%에 그쳤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는 1.8%,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0%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내밀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수출, 투자, 소비 등 모든 분야에서 ‘트리플 부진’이 우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2%, 건설투자는 2.8%씩 줄었다. 수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5.9%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가 6.0%, 건설투자 3.3% 감소를 예측했다.

하반기에도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미중 무역전쟁과 반도체 경기는 탈출구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일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지만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인 전망이 여전하다.

물론 금리를 낮출 경우 가계부채 증가 등 위험요인이 존재한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가계부채는 1540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9% 늘었다. 재작년 8.1%, 작년 5.8%에 이어 매년 증가세가 축소되고 있지만 여전히 GDP 성장률보다 높다.

특히 자영업자대출은 지속적으로 위험신호를 울리고 있다. 올해 1분기 자영업자대출의 증가율은 11.2%로 전체 대출 증가세보다 훨씬 가팔랐다.

연체율도 역시 심상치 않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지난해말의 0.63%에서 올해 3월말 0.75%로 0.12%포인트 뛰었다.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09%포인트 오른 0.84%를 기록했다.

이 총재도 “가계부채의 최근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총량 수준이 매우 높고 위험요인이 남아있다”며 여전히 경계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가계부채가 시스템적 리스크로 전이될 위험은 낮아 경기 둔화보다 심각하게 볼 상황은 아니라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 중 고소득(상위 30%) 차주 비중은 64.4%, 고신용(1∼3등급) 차주 비중은 70.8%로 집계됐다. 태반의 대출이 고신용자 및 고소득자에 쏠린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특성상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대출이 전체 대출의 절반이 훌쩍 넘는다. 또 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점에서 금융기관 부실까지 이어질 확률이 낮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번달 통화정책 성명에서 “금리 변경에 인내심을 보이겠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대신 “경기 확장 유지를 위해 적절하게 행동하겠다”는 문구를 삽입해 금리인하를 시사한 점이 크게 다가온다.

시장은 연준의 다음달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유력하게 보고 있으며 0.5%포인트 인하 전망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때문에 부담을 던 한은이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다음달 혹은 오는 8월 금리를 내릴 것이란 예상이 점차 힘을 받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7월이나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것”이라며 “그 뒤 올해 4분기 혹은 내년 1분기에 한 번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seilen7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