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험료의 분해, 그리고 돌려받는 보험

오명진 두리 대표
보험은 무형의 상품이다. 장래에 발생하지도 모를 각종 위험(신체, 재산상의 손해)에 대비해 보험료를 납입하고 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실제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하게 된다. 금융상품은 경제적인 효율만을 놓고 보았을 때, 납입한 원금 대비 받아간 금액이 더 많아야 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만 금융상품을 가입하는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험이라는 상품의 특성 상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가입자의 신체 또는 재산이 온전히 유지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 순간에 보험을 가입한 가입자와 보험자(보험회사) 간 관점의 차이로 인해 불만과 민원이 발생하기도 한다.

보험에서 보장을 받기 위해 납입하는 보험료는 가입 이후 경과기간별로 각각의 시점에 해당하는 위험보험료가 이미 책정이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암진단비를 가입하는 경우 각 연령에 해당하는 위험의 정도가 모두 다를 것이며, 해당 연령의 보험료 또한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고연령일수록 보험료가 비싸진다. 각 연령에 맞게 책정된 보험료를 ‘자연식 위험보험료’라 일컫는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보험가입자는 매 연령마다 보험료가 달라지는 것에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초회보험료가 저렴해 가입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비싸지는 보험료에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혼란을 줄이고 가입자가 이해하기 쉽게 ‘평준식 보험료’의 형태로 정해진 납입기간 동안 동일하게 납입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40세인 사람이 100세만기 암보험을 가입하고 10년의 납입기간을 설정했다면, 보험기간은 60년이지만 10년동안만 동일한 보험료를 납입하면 되는 것이다.

자연식 보험료와 평준식 보험료의 차이를 보험가입자는 물론, 일선 현장의 설계사 중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한다. 보장의 대가로서 지불하는 보험료는 본래 자연식 위험보험료로 책정하는 것이 원칙이며, 평준식 보험료는 고객 편의(정해진 기간동안 동일한 보험료 납입)를 위해 만든 형태일 뿐이다. 여기서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은 자연식 위험보험료가 보험사의 수익으로 전환되는 원리이다. 즉, 고객의 편의를 위해 정해진 기간동안 평준식으로 보험료를 모두 납입하였지만, 실제 자연식 보험료에 의해 위험이 책정되고 평가되기 때문에 가입자가 완납한 보험료를 보험사가 모두 수익으로 인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보험료를 어떤 형태로 납입했던지 간에 보험사는 위험이 경과한 만큼 수익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40세에 보험을 가입한 사람이 45세까지 아무일이 없었다면 보험사는 5년의 해당기간동안 이미 경과한만큼의 위험보험료를 수익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자연식 위험보험료의 이해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해지환급으로 인한 민원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가입자는 보험을 가입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만기가 다가올수록 경제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생각이 점점 커진다. 더 이상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가입자가 보험을 해지하는 순간 납입한 원금보다 작아진 해지환급금을 보고 불만이 생기게 된다. 이는 앞서 설명한 자연식 위험보험료가 경과함에 따라 보험사의 수익으로 인식되는 원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입자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자연식 위험보험료의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 설계사 입장에서 어렵고 난감할 수가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설계사가 사용하는 대응법은 99.9% 환급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일 정도이다. 즉, 보장을 위한 보험료 이외에 만기까지 복리로 부리하여 돌려받을 수 있는 적립보험료를 같이 설계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가입자 본인이 납입한 보험료를 복리로 부리한 결과, 보험기간동안 경과하여 이미 소멸해버린 보장보험료를 훨씬 상회해 전체 납입보험료(보장+적립) 대비 99.9%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에 불과함에도 본전심리가 매우 강한 가입자의 성향을 이용해 설계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보험료는 위험을 보장받기 위해 납입하는 대가이다. 보험기간동안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여 이미 경과한 위험을 없던 것으로 하고 보험료를 돌려줄 수는 없다. 본점심리를 자극해 2만~3만원의 보험료로 해결될 보험을 99.9% 환급이라는 명목하에 30만~40만원짜리 보험으로 둔갑시켜 설계하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오명진 두리 대표(보험계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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