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무색해진 인재경영…퇴직자는 모두 산업스파이?

SK이노베이션 소송전에 대해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 나와
청원인, LG화학 리더십· 임직원 처우· 기업문화 문제점 지적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세계파이낸스=장영일 기자]“이직자를 스파이 취급하고 있다. 그들이 왜 떠나는지 생각해달라”

지난 17일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 퇴직자들에 대한 잘못된 처신에 대해 호소한다’는 청원글에서 LG화학 퇴사자로 추정되는 청원인은 LG화학의 인력관리 문제점을 강하게 질타했다. 청원인은 LG화학이 겉으로 인재 경영을 내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이번 일을 계기로 볼 때 퇴직자들을 산업 스파이로 몰면서 이들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켰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직원들이 LG화학의 기술을 빼돌렸다고 주장한데 대해 나름의 근거를 대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LG화학이 주장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기술 탈취가 실제 가능할지 개인적으로 상당히 의구심이 든다"며 "국내 굴지 대기업의 핵심 사업인 배터리 기술 유출이 퇴직자에 의해 그렇게 쉽게 이뤄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을 탈취했다면 내부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거나 정말 수주에 영향을 미칠 수준의 기술이 아닌 수준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작년 3월 LG화학 CEO 부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인력유출 문제를 물어보는 기자에게 '꼭 필요한 사람들이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퇴사자들의 업무 수준을 폄하했는데, 지금은 핵심 인재라며 기술을 들고 나갔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중으로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글은 23일 오후 1시42분 현재 571명이 동의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연합 

 

앞서 LG화학은 지난 4월말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을 빼내 핵심 기술을 확보했으며, 폭스바겐의 북미용 전기차 배터리 물량 등을 수주하는 등 자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투명한 채용과정을 통한 자발적 인력 이동이며, LG화학과 배터리 기술 자체가 다르다고 맞받아쳤다.

 

더욱이 퇴직자를 범죄자로까지 취급하는 LG화학의 태도에 대해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소송도 중요하지만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인지 자기성찰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특히 향후 예상되는 인력 유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성급하게 법적 대응에 나서기 보다는 내부 결집에 더 비중을 뒀어야 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LG화학 직원들이 모이는 익명 게시판에는 "왜 직원들이 빠져나가는지 경영진이 반성할 줄 모른다", "기업문화와 직원 대우 차이가 너무 크다", "이번 소송은 경영진의 무능함을 보여준다"는 등의 토로 글이 올라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책임자 문책은 커녕 쉬쉬하고 덮는데 급급한 리더십을 지켜보는 직원들도 일할 맛이 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는데 LG화학이 현재와 같은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경쟁력이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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