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와 KDI " 통화정책 완화 필요" 한 목소리…한은, 금리 인하할까?

[세계파이낸스=임정빈 선임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모두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하향조정하고 확장적 재정 및 통화정책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내릴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최근 급부상한 환율 이슈로 인해 결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21일 정부 및 관계당국, 외신 등에 따르면 OECD와 KDI가 모두 한국 경제성장률 2.4%로 하향 조정했다.

그 원인으로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교역둔화, 제조업 구조조정,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인한 저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 감소 등을 들었다.

OECD는 21일(현지시간) 발표한 '경제전망'(OECD Economic Outlook)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2020년부터는 확장적 재정정책 효과와 투자 회복에 힘입어 성장세가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추가 재정부양책을 전제로 했다.

특히 OECD는 한국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슈로 OECD 상위 50% 국가 노동생산성의 절반에 불과한 노동생산성을 꼽았다. 그 동안 저생산성을 장시간 노동으로 보완해왔지만 주 52시간제 도입과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을 감안할 때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거시정책면에서는 통화정책 완화를 동반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지속하고 최저임금 인상 폭을 완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OECD에 비해 KDI의 전망과 분석은 좀 더 세부적인 수치가 더 나왔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22일 경제전망 브리핑을 통해 현시점에서 잠재성장률을 2.6~2.7%로 낮춰 잡았고 올해 성장률 전망도 이 수준을 하회할 것으로 봤다.

최저임금으로 인한 하방 위험은 성장률을 0.1~0.2%포인트 낮출 것으로 봤지만 민간소비가 영향을 받으면 더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은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금리 관련 결정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전문 식견을 가진 위원들이 판단할 내용"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다만 2분기에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그런 조짐이 나타난다면 금리 인하를 포함한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로써 OECD와 KDI 모두 금리 인하를 겨냥한 통화정책 완화를 적극 권고했고 공은 한은으로 넘어간 셈이 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찬 후 사무실 복귀중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돌연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에도 계속 추가 인상을 거론하는 등 매파 분위기를 지속해왔다.

1분기 마이너스 0.3% 역성장인 상황에서도 2분기부터는 경제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며 지켜보자는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0일 오찬 후 복귀 중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2/4분기부터는 정부의 재정집행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수출의 부진함이 차츰 완화되면서 성장률도 회복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지금도 당초 흐름이 이어지는 지를 면밀히 보고 있다"면서 다음 주 금통위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이에 따라 4월과 5월의 수출과 내수가 어려워지고 있는지에 대한 금통위의 판단에 관심이 모으는데 여기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총재의 발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은의 대응이 너무 늦어지고 있어 뒷북정책이 될 가능성이 있고 환율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됐다는 점이다.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지난해 다른 나라들은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을 때 돌연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도 이상했지만 그 후 미중 무역분쟁이 확대하는 와중에도 지속적으로 돈줄을 죄고 있었던 것은 더 큰 문제"라며 "1분기 경제성장이 마이너스로 전환한데는 한은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겠다고 해도 과연 효과가 있을지 문제라는 것이다. 이미 여러 형태의 규제로 가계대출을 죄어놓고 건설경기도 가라앉은 마당에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만으로 경기부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더욱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한국의 펀더멘털 약화를 노린 외환시장의 투기세력이 원화 약세에 베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이 연고점을 찍은 끝에 당국의 개입으로 간신히 하락 마감했지만 달러당 1200원대 진입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은은 지난해 정부의 옆구리 찌르기에 밀려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때보다 더 큰 고민을 안게 됐다.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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