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미세먼지 배출엔 '쉬쉬'…특수엔 '즐거운 비명'

LG화학·한화케미칼 등 미세먼지 배출량 조작
공기청정기·건조기 등 미세먼지 가전은 매출 효자 등극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작년 11월4일 서울시내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장영일 기자] 미세먼지 배출량 조작 등 제조업계의 환경에 대한 안이한 문제 인식이 충격을 준 가운데 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이 미세먼지로 돈을 벌어들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전국 6개 주요지역에서 측정된 미세먼지 구성비율은 황산염과 질산염 등 대기오염 물질 덩어리가 58.3%로 가장 높았다. 이어 탄소류와 검댕, 광물 순이었다.

제조업의 연소공정에서 황산염과 질산염이 가장 많이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이동규 조세지출성과관리센터장은 배출원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분석해 발표했다. 분석 결과, 초미세 먼지는 제조업 생산과정에서 대부분 발생하고 있으며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7.91%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업체들의 미세먼지 관련 문제 인식 수준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 전남 여수 산업단지 사업장들은 4곳의 측정대행업체들과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 황산화물 등의 배출량을 조작해 적발됐다.

조사결과, 4253건은 측정값을 실제 대기오염 물질 배출 농도의 33.6% 수준으로 조작했다. 특히 LG화학은 실제 측정값의 173분의 1로 축소해 측정기록부를 발급하기도 했다.

이들은 먼지와 황산화물 측정값도 법적 기준의 30% 미만으로 조작해 대기기본배출 부과금도 면제받을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제조업계가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미세먼지 저감 노력을 등한시해온 것이 증명됐다"며 "국민을 속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한데 배신감을 느끼며 수사를 통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5~2018년 LG전자 사업 부문별 매출액 추이(단위:백만원).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반면 미세먼지가 짙어지고 매스컴을 통해 위험성이 보도될 때마다 미세먼지 가전을 만들어내는 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가격 비교 업체 에누리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자욱했던 지난 3월 1-2주차 가전 판매 순위 10위까지 모두 공기청정기가 차지했다. 매출 순위 10위 안에는 공기청정기와 의류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LG제품이 무려 7개나 포함됐다.

특히 LG전자는 미세먼지로 1년 내내 특수를 맞고 있다. 자사 TV(HE)와 스마트폰(MC)이 역성장하는 가운데서도 생활가전(H&A)이 승승장구하면서 LG전자를 먹여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H&A 부문의 2015년 매출액은 16조5312억원에서 매년 늘어 작년엔 이보다 17.1% 증가한 19조362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HE는 17조3976억원에서 16조2083억원으로 6.9% 감소했다. MC 부문은 14조34억원에서 작년 7조9800억원으로 무려 43%나 쪼그라 들었다.

올해에도 건조기,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수요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지난 3월 LG전자의 생활가전 제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증가했다.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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