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운에 급등한 국제 유가…전망은 '오리무중'?

출처=OPEC
[세계파이낸스=임정빈 선임기자] 중동지역 긴장감이 한껏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전쟁으로 번져갈지 우려되는 상황 속에 리비아내전은 격화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송유시설에 대한 테러까지 발생, 트리플 악재가 겹치는 등 한 치 앞을 보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일 상승세를 보이는 국제유가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4%(0.85달러) 상승한 62.87달러,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7월물 브렌트유도 오후 3시 30분 현재 배럴당 1.3%(0.96달러) 오른 72.73달러에 거래됐다.

이 같은 원유 수급 불안에 불을 당긴 방아쇠는 미국의 이란에 대한 공세이다.

미국은 중동지역에 해군 항모전단과 공군 B-52 폭격기의 배치를 명령함으로써 이 지역에서 전운이 서서히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 전쟁을 하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한 때 시장에서는 유가 하락을 유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보에 있어서는 항상 미국과 같은 스탠스를 보였던 영국이 이라크 주둔군의 위협단계를 높이는 등 중동지역의 긴장감은 현재 단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송유관을 겨냥한 테러까지 겹쳐 이런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4일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과 홍해 해변에 위치한 얀부 석유수출항을 잇는 송유관에 대한 드론 공격이 발생했는데 사우디는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조직의 소행으로 지목하고 있다.

결국 최근의 중동정세는 사우디와 서방연합 대 이란 간의 갈등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더 크게는 미국과 무역전쟁중인 중국까지도 이란산 원유수입을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중동정세의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는 국면이다.

더욱이 격화되고 있는 리비아내전은 유가 상승에 불을 붙이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리비아 내전은 지난달 하프타르 사령관의 LNA 군대가 수도 트리폴리 외곽으로 진격, 리비아 정부군과 전투를 벌이는 상황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달 리비아의 하루 산유량은 117만배럴에 달했다.

지금까지는 기적적으로 송유시설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나 양측의 전투가 격화할 경우 원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중동지역 정세만을 놓고 본다면 유가 상승에 베팅해야 할 상황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제 유가 공급의 고삐를 쥐고 있는 OPEC은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급선회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OPEC과 비OPEC 산유국 간의 감산협약에 대한 조정이 내달 이뤄지는데 OPEC은 이를 앞두고 내주 중 회의를 열어 스탠스를 정리할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OPEC이 원유 감산 조치를 중단하고 생산량을 늘리는 쪽으로 의견을 조율중인 것으로 외신 및 관련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비OPEC의 대표국가인 러시아도 증산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내달 중으로는 원유 생산이 늘어날 가능성 매우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유가 불확실성은 매우 클지라도 1개월 후에는 산유국의 증산조치가 이를 상쇄해줄 전망이다.

그러나 중동정세가 원유 생산에 결정적으로 큰 타격을 입힐 경우 유가 불확실성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확대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측면도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으로 세계 원유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IEA는 보고서를 통해 "공급 측면의 불확실성이 크기는 하지만 무역전쟁으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세가 2 분기까지 진행될 경우 유가 하락을 촉발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국제유가의 변동성은 단기는 물론 중장기적으로도 매우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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