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정의 오늘 어디 갈까] 우리 고유의 김치,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보는 전시에서 김치 '체험하는' 박물관으로 재개관
계단까지 꼼꼼히 콘텐츠로 채워…김장 체험도 가능

서울 종로구 인사동 뮤지엄김치간 외관. 사진=풀무원

유통 매장이 단순히 쇼핑 공간을 의미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시민들의 문화생활을 책임지는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지역주민들의 삶과 호흡을 같이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체도 이러한 소비자 요구에 부응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자율주행 스마트 카트를 도입한 대형마트가 등장했고 식음료업체들 또한 대표 제품을 내세운 카페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파이낸스는 끝없이 변화하는 유통업체 현장을 찾아가 그 매장의 차별성과 장점은 무엇인지, 또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소비자 입장에서 점검한다. <편집자주>


[세계파이낸스=유은정 기자]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박물관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부족하다. 박물관은 각각의 차별점과 정체성이 확실해야 시민들의 사랑을 꾸준히 얻을 수 있다. 시각뿐 아니라 청각, 후각, 나아가 미각까지 충족하는 것도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 차별화 요인이 될 수 있다.

올해로 재개관 4주년을 맞이한 풀무원의 뮤지엄김치간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다. 김치의 역사를 보고 김치 씹는 소리를 듣고 김치를 맡고 맛보는 오감을 느끼는 체험 공간이다.

뮤지엄김치간은 2015년 미국 CNN이 선정한 세계 11대 음식박물관에 포함됐고 2017년 3월 미국 글로벌 매거진 엘르 데코(ELLE DECOR)가 뽑은 '세계 최고의 음식박물관 12곳'으로 소개됐다.

지난 14일 김치에 관한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김치박물관 '뮤지엄김치간'을 방문했다.

부채로 불 지피고 계절별 상차림도 배우고  

뮤지엄김치간의 4층 김치사랑방. 사진=풀무원

풀무원이 1987년부터 운영해온 뮤지엄김치간은 2015년 4월 삼성동 코엑스에서 종로구 인사동으로 이전해 재개관했다. 이후 전시 콘텐츠에 큰 변화를 줬다. 유물과 모형 중심의 '보는' 박물관에서 인터랙티브 콘텐츠, 김치 실물 전시, 기획전시 운영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체험하는' 박물관으로 변화했다.

실제로 방문한 뮤지엄김치간은 우리 고유의 김치를 주제로 다뤘지만 우리 전통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 세련된 느낌이 들었다.

4층 입구에서 들어가니 김치사랑방에 설치된 부뚜막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조리 공간인 부뚜막의 구조를 살펴보고 김치가 발달하게 된 배경을 이해하는 공간이다.

부뚜막은 취사·조리는 물론 난방 기능까지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몸체가 흙이나 돌로 만들어져 고온의 화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부뚜막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불의 사용을 최소화한 한국 발효음식의 발달 배경을 살펴 볼 수 있다.
부뚜막을 재현한 입체적인 전시물.

관람객들은 부뚜막을 재현한 입체적인 전시물을 통해 온돌과 아궁이로 연결되는 구조를 직접 볼 수 있다. 특히 아크릴 소재로 만든 부뚜막 아궁이 모형에 부채로 실제 바람을 불어 넣으면 마치 불을 지핀 것과 같은 아궁이 불의 색감을 시각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
관람객이 디지털 인터랙션(상호소통) 콘텐츠를 활용해 반상에 올릴 사계절의 김치를 직접 골라보는 '김치 한 상 차림'도 만들어 볼 수 있다.

그 옆에는 소반 형태로 구성한 관람객 체험용 테이블에서는 디지털 인터랙션(상호소통) 콘텐츠를 활용해 반상에 올릴 사계절의 김치를 직접 골라보는 '김치 한 상 차림'도 만들어 볼 수 있다. 계절마다 어떤 김치와 반찬이 우리 상에 오르는지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또 김칫소를 만들 때 재료를 갈거나 즙을 내는 데에 사용된 확독, 강판과 같은 김치 조리기구도 전시돼 있다. 벽면에는 실제 도구의 질감을 그대로 구현해 손으로 직접 만지는 촉각 체험 공간도 마련돼 있다.

세계김치연구소와 협업 통한 철저한 고증으로 꾸며  
뮤지엄김치간의 4층 김치마당. 사진=풀무원

'박물관'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김치에 관한 정보를 얻는 공간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뮤지엄김치간은 4층 김치마당의 벽면부는 '김치의 탄생과 진화'라는 테마로 꾸며져 있다.

나경인 뮤지엄김치간 파트장은 "벽면부 전시라는 점에 착안해 '담'을 모티브로 연출한 전시 공간"이라며 "식재료의 유입이나 조리과정 변화 등 시대 따라 달라진 김치 문화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각 전시공간은 정부출연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와 협업해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세계김치연구소는 한국식품연구원 부설로 김치 관련 분야의 종합적인 연구 개발을 수행하며 김치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기관이다.
뮤지엄김치간의 4층 박물관의 방. 김치에 숨겨진 과학적 정보를 배울 수 있다.

또한 4층 '과학자의 방'에선 김치 발효의 비밀, 과학자들이 밝혀낸 유산균, 김치 유산균의 정보 등 김치의 과학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5층 영상실에서는 7편의 김치 다큐멘터리가 전시 내내 볼 수 있다.

맨 위층 6층에는 김장 문화의 유네스코 등재를 기념하고 지구촌 전통 음식 문화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기획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헌정방'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선 대형 스크린에 세계 다양한 음식 문화가 전시돼 있다.

◇  김치뿐 아니라 세계 식문화 알리는 전도사 역할도 '톡톡'
뮤지엄김치간 5층에 있는 김치움. 각종 김치와 세계 절임채소 등이 전시돼 있다. 사진=풀무원

뮤지엄김치간 곳곳에는 다양한 체험을 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4층 김치움에는 김치와 세계 절임채소가 실물로 전시돼 있다. 김치움에 들어서자 대형 냉장고 안처럼 꾸며져 있었다. 또한 냉장고를 연 것처럼 실제 김치와 절임채소 냄새가 났다. 박물관 측에서 담근 김치와 절임채소를 주기적으로 교체한다.
뮤지엄김치간에서 4층과 5층으로 올라가는 '김치로드'. 관람객이 김치로드를 오르면 김치를 씹는 소리가 천장에서 들린다.

뮤지엄김치간에서는 4층에서 5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허투루 존재하지 않았다. 일명 '김치로드'라 불리는 계단을 관람객이 한 발씩 올라가면 천정에서 김치가 아삭아삭 씹히는 소리가 들려 귀까지 즐겁다.

6층에는 3가지 김치를 시식하는 '김치맛보는방'이 있다. 이 층에는 신청자에 한해 직접 김치를 만들어보는 '김장마루' 공간도 있다. 

4층에는 전통 의복인 한복을 입고 김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한복체험방'도 마련돼 있다. 이용료 1000원을 내면 한복을 입고 박물관 내부를 돌아볼 수 있다. 관람객들이 편리하게 한복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별도의 피팅룸도 있다. 

뮤지엄김치간은 유료 박물관이다. 홈페이지 등에서 체험 프로그램, 관람 요금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나 파트장은 "뮤지엄김치간은 우리나라 식문화를 대표하는 김치가 '한국전통 부엌'이라는 공간을 모티브로 김치의 유래와 종류, 담그는 도구, 보관 공간까지 다양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며 "철저한 고증에 따른 유물과 디지털 콘텐츠가 결합된 방식의 새로운 전시물로 방문객들이 더 쉽고 흥미롭게 김치와 김장문화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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