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베트남⑦]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하는 증권사들

증권사, 베트남서 1830만달러 흑자…대형사 이어 중소형사도 진출 모색
거래소, 베트남 진출 국내기업 현지법인 증시 상장 추진…IT시스템 수출도

베트남 하노이 증권가(사진=연합뉴스)
최근 한국과 베트남 간 교류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추세다. 정부도 베트남을 신(新)남방정책 국가 중 핵심파트너로 꼽으며 경제에서 인적교류 분야까지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 금융회사들도 7000곳 넘는 한국 기업이 현지에 진출해 있는 베트남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연 평균 6%에 달하는 높은 경제성장률, 여기에 여전히 낮은 금융시장 침투율 등도 메리트로 부각되고 있다. 세계파이낸스는 '꿈틀대는 베트남' 시리즈를 통해 현지 진출한 한국 금융회사 및 양국 간 교류 현황을 분석하고 향후 성공전략 등을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베트남 통계청(GSO)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08%로 전년 대비 0.26%포인트 확대됐다. 정부 목표치(6.7%)는 물론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6.6%)도 크게 상회했다.

 

특히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 어려운 글로벌 경제 여건 속에서도 선전하는 모습이다. 올해도 6%대 중후반의 고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8%로 잡았다.

 

코트라 관계자는 “향후 베트남 경제에 대해 세계적으로 낙관적인 시각이 강해지고 있다”며 “올해 목표치 달성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고성장 가도를 달리는 덕분에 베트남 자본시장도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다. 리테일과 투자은행(IB) 부문 모두에서 미래가 밝아 국내 증권사들은 베트남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을 꾀하고 있다.

 

또 한국거래소도 시장 확대의 일환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 현지법인의 국내 증권시장 상장을 독려하고 있다.

 

◇증권사 해외 순익 2위…증자·지점 설립 등 현지법인 확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7개 증권사들은 지난해 1830만달러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홍콩에 이어 해외시장 2위에 해당하는 액수다. 국내 증권사들이 여럿 진출해 있는 미국, 중국, 영국, 인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보다 더 많다.

 

베트남 자본시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것이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됐다.

 

지난해 베트남의 주식 거래 계좌 수는 218만 건으로 재작년보다 30% 가까이 급증했다.

 

아울러 증권사들은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은행에서 저리로 조달한 자금을 최고 연리 14%의 대출로 운용해 큰 수익을 올렸다.

 

이처럼 베트남 자본시장이 쏠쏠한 데다 미래까지 밝다보니 국내 증권사들은 증자, 신규 지점 설립, 새로운 시장 개척 등 다양한 방식으로 베트남 현지법인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중 베트남 진출 1호는 미래에셋대우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07년 베트남 현지법인과 호치민 사무소를 설립했다. 그 뒤 꾸준한 증자를 통해 현재는 자본금 규모가 베트남 내 74개 증권사 중 2위까지 커졌다.

 

현재 베트남 내 지점이 호치민 2곳, 하노이 2곳, 다낭 1곳, 붕따우 1곳 등 총 6개에 달해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다.

 

미래에셋대우는 베트남에서 주로 리테일 영업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271억원)과 당기순익(97억원)이 모두 전년 대비 139%, 66%씩 급증했는데 주식 중개 수수료와 신용거래융자 관련 이자이익이 성장을 견인했다.

 

올해 1분기에도 미래에셋대우의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2200억원을 넘어 전년동기 대비 4.5배나 확대됐다. 동시에 베트남 주식 중개 점유율에서도 SSI증권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리테일 부문 성장을 위해 200억원 규모의 비전환사채를 발행, 자본을 확충할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베트남 현지법인인 ‘KIS베트남’에 3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행했다. 이를 통해 KIS베트남의 자본금은 900억원으로 부풀어 올랐다. 베트남 증권사 중 7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KIS베트남은 확충된 자본력을 통해 주식 중개 영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또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IB 사업도 활발하게 펼칠 예정이다.

 

특히 KIS베트남은 지난해 7월 외국계 증권사 중 최초로 하노이 증권거래소로부터 베트남 파생상품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이 베트남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2010년 이후 약 8년만에 거둔 성과다.

 

파생상품 라이선스는 한국투자증권이 베트남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KB증권은 재작년 베트남 증권사 마리타임증권을 인수해 지난해 1월 베트남 현지법인 ‘KBSV’를 출범시켰다.

 

KBSV는 호치민에 지점 4곳을 운영하는 등 리테일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1분기 세후이익이 전년동기보다 92%나 뛰었다.

 

올해초에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에 이어 한국 증권사 중 세번째로 베트남 파생상품 라이선스를 획득하기도 했다.

 

나아가 KB증권은 KBSV의 규모를 더 키울 계획이다. 추가 증자나 M&A를 통해 베트남 증권사 중 10위권 수준인 현재 규모를 5위권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09년 베트남 현지 증권사 CBV증권의 지분 49%를 인수해 합작법인 형태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초에는 지분을 모두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후 베트남 현지법인에 300억원의 증자를 실시했으며 종합증권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정보기술(IT) 등 영업 인프라를 재구축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해 11월 개설한 호치민 사무소의 연내 지점 전환을 꾀할 방침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010년 사무소 개소에 이어 2016년 베트남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여타 국내 증권사와 달리 베트남 시장에서 리테일 대신 IB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현지 리테일 시장이 이미 포화됐다는 판단하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미 진출한 신한베트남은행과 함께 부동산금융 등 대체투자 분야와 전통 IB 영역을 아우르는 딜을 발굴 중인데 지난해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양상이다.

 

올해 1월에는 베트남 다낭에 있는 포포인츠바이쉐라톤호텔에 간접투자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상품을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해당 상품의 총 투자 규모는 5500만달러이며 이 중 3500만달러를 연 6% 확정금리 상품으로 판매한다. 분기별로 1.5%씩의 이자를 연 4회 주는 방식이다.

 

한편 그간 대형사 위주로 이어지던 베트남 시장 공략에 최근에는 중소형사들도 뛰어들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22일 베트남 국가증권위원회(SSC)로부터 HFT증권 지분 90% 정도를 인수하는 데 대한 최종 인가를 얻었다. HFT증권의 자본금은 총 50억원 규모로 하노이에 있는 온라인 주식거래 전문 증권사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한화생명, 한화자산운용 등 이미 베트남에 진출한 한화그룹 계열 금융사들과 함께 시너지 창출을 노릴 것”이라며 “스마트폰 사용률이 높은 베트남의 젊은 세대를 선점하기 위해 디지털금융 분야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에 이어 키움증권도 베트남 진출 시기를 엿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 캠시스 비나 등 베트남 현지법인 유치 노력 

 

한국거래소와 신한은행은 베트남 진출 우량 현지 법인의 상장유치를 위한 상장로드쇼를 개최했다. 사진=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는 올해 사업 추진 목표 중 하나로 베트남 등 신흥국에 진출한 국내기업 현지법인의 상장유치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에는 신한은행과 함께 베트남 현지법인 등을 대상으로 상장 로드쇼를 진행했다.

 

거래소는 상장로드쇼를 통해 캠시스 비나를 해외 진출 우수기업 및 기업공개(IPO) 준비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 베트남 법인인 캠시스 비나는 휴대폰용 카메라모듈을 주로 생산하는 IT기업이다.

 

캠시스 비나는 현지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해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 아울러 베트남 하노이 과학기술대학교와 산학연계 업무협약을 체결해 현지의 우수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캠시스 비나는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정하고 내년까지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거래소는 베트남에서 IT시스템 수출과 증시 관련 컨설팅 서비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IT 자회사인 코스콤은 재작년 5월 베트남 호치민거래소와 ‘베트남 자본시장 금융IT 전문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사는 베트남 자본시장의 IT 고도화, 효율화를 위해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금융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또한 코스콤은 베트남 증권거래소의 통합시스템을 구축했다. 베트남 정부 국책사업인 이번 프로젝트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로써 코스콤은 총 7개국에 9번째 IT시스템을 수출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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