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사업 위기…업계 1위 지켜낼까

SK이노베이션과 소송·ESS화재 등 발목
2020년 배터리 흑자전환 전망도 불투명

 

사진=LG화학

[세계파이낸스=주형연 기자] 1년 동안 승승장구하던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SK이노베이션과 전기차 배터리 '기술 및 인력 유출'을 놓고 연일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올 초 ESS 공장 화재로 영업손실마저 반 토막 이상 나면서 당분간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LG화학은 2017년부터 전지사업본부 핵심인력인 76명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핵심 기술이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정당한 기업활동이라며 "LG화학과 배터리 기술, 생산방식 모두 다르다. LG화학에서 이직해 온 인원은 팀장급 이상의 핵심 인력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LG화학이 근거없는 비방을 계속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맞대응에 나섰다.

 

LG화학이 제기한 소송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고객사들의 각종 컴플레인으로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LG화학 역시 이미지가 실추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두 업체의 인력·기술 빼앗기 논란에 2차전지 관련 중소기업 및 고객사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며 "양쪽 입장을 모두 들어봐야겠지만 LG화학의 현재 상황이 좋지 않으니 경쟁사에 대한 견제가 도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초 배터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결과 올 1분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중 9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1% 급증한 수치다. 반면 LG화학은 전년 동기 대비 한 단계 하락한 4위를 기록했다.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수주를 늘리고 있는 것이 LG화학에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2017년 이후 올해 초까지 이어진 ESS 화재사고도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폭발·화재 건수는 2017년 8월부터 2019년 1월까지 21건에 이른다.

 

이중 LG화학 제품을 탑재한 ESS 폭발이 절반을 넘는 11건으로 나타나 ESS 제조사 가운데 빈도가 가장 높았다. LG화학의 폭발률도 가장 높다. 산업부에 따르면 전국 ESS 설비 1008곳 가운데 삼성SDI가 580곳, LG화학이 400곳에 공급했다. LG화학(2.75%)과 삼성SDI(1.2%)의 폭발률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잇따른 화재 사고로 LG화학은 올 1분기 ESS 화재 관련 비용에 1200억원을 손실(일회성 비용) 처리했다. 가동 손실 보상 및 관련 충당금이 800억원, 출하 중단에 따른 판매 손실이 400억원에 달한다.

 

또 LG화학은 올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7% 감소한 2753억6700만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61.7% 줄어든 2119억3800만원,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 늘어난 6조6390억7300만원을 기록했다.

 

석유화학부문에서 39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전지부문이 147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체 실적에 타격을 줬다.

 

정호영 LG화학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은 "ESS 가동손실 보상 비용은 100% 책임을 전제로 회계에 보수적으로 반영했다"며 "올해 ESS 매출 목표를 작년(8500억원)보다 80% 이상 성장하는 것으로 잡았지만, 현 시점에선 50% 성장률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다음 달 ESS 화재원인 및 관련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LG화학을 비롯한 ESS 업체들은 최소 6월까지 꼼짝없이 발목을 잡히게 됐다. ESS 시장은 하반기쯤에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ESS 화재 영향에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수익성은 내년 이후로 5~6%의 마진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2021년에는 8~11% 정도의 마진이 예상된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당분간 전지부문뿐만 아니라 다른 부문들에서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계속해서 ESS 화재 원인조사 발표가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 화재 원인이 발표되기 전까진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배터리 업체 1위를 기록하던 LG화학이 최근 소송, ESS 화재로 인해 전기차 2차전지 공급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며 "2020년부터 LG화학의 배터리 분야는 흑자전환과 함께 큰 수익성을 낼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재로선 국내 1위 배터리업체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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