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이 만난 금융키맨] 이호중 센터장 "철저한 위폐 감별로 자본시장에 신뢰 공급"

25년 경력의 전문가 "화폐의 신뢰를 보증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해"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 20억원 투자…은행권 위폐 3/4 감별

금융산업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은행·증권· 보험 등 전통적 방식의 업종 간 칸막이가 무의미해지고  IT기기 발달 등으로 글로벌·디지털화도 급속도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이 같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금융이 갖는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금 융통의 효율성과 편리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금융의 본래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파이낸스는 자산관리, 디지털 및 글로벌 전략, 빅데이터, 소비자보호, 핀테크 등 다양한 금융분야에서 활동하는 주요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오현승이만난 금융키맨]을 통해 싣는다. 이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들과 금융 관련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금융산업의 발전 방향도 함께 조망해본다. <편집자주>

 

이호중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 사진=KEB하나은행

"A형 환자에게 B형 혈액을 공급하면 큰일이 나지 않겠나. 화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위폐를 감별해내는 건 자본시장에 건강한 혈액을 공급하는 일과도 같다."

이호중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은 "100원 남짓의 제조비용을 들여 만든 위폐가 시중에 유통된다면 화폐는 신뢰를 보증할 수 없게 된다"며 "각 지폐가 각기 가진 가치대로 쓰이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1만원 권과 5만원 권의 제작비용은 각각 80원, 150원, 미 100달러의 제작 비용은 약 48원이다.

이 센터장은 25년 경력의 국내 최고 위폐 분석 전문가다. 1995년 옛 외환은행에 입행한 후 국가정보원 위폐분석담당관, 한국은행 위조방지실무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낸 후, 지난 2013년 6월부터 친정인 KEB하나은행으로 돌아와 위변조대응센터장을 맡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 비밀검찰국의 위폐전문가 과정, 미국 법무부 마약단속청 위폐·자금세탁분석과정, 미 홍콩경무청 위폐·자금세탁분석과정 등을 수료하는 등 화려한 위폐 관련 연수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17일 KEB하나은행 을지로 본점에서 만난 이 센터장은 기자를 본점 지하에 있는 위변조대응센터로 안내했다. 센터 내부엔 위폐감별기의 소음을 줄이기 위한 올록볼록한 벽면과 천장, 바닥엔 소음을 줄이기 위한 흡음판이 설치돼 있었다. 이 곳에서 근무하는 17명의 직원들은 흰색 가운을 입고 마스크와 귀마개를 끼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점도 인상깊었다.

위변조대응센터는 KEB하나은행 모든 지점에서 거래되는 돈을 비롯해 해외에서 유입되는 돈을 걸러낸다. 센터에선 한국 지폐를 포함해 45개국 통화, 970권종을 감별한다. 하루 평균 감별 규모만도 50만 장에 이른다.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일하는 한 위폐감별사가 위폐를 걸러내고 있다. 사진=오현승 기자
이 센터장은 "아무래도 미 달러화의 사용 가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점에서 위폐 적발 비중 역시 미 달러화가 70%수준으로 가장 높다"며 "미 달러화를 비롯해 위안화, 엔화 및 유로화가 전체 위폐의 9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KEB하나은행이 말레이시아 링기트화 위폐 100장을 적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위폐를 걸러내는 순서는 이렇다. 먼저 센터 직원이 지폐를 위폐감별기에 넣으면 기계는 자외선, 적외선 등 센서기능을 통해 위폐 의심지폐는 한쪽으로 따로 걸러낸다. 방향을 뒤집어서 넣는 등 여러 방식으로도 같은 결과가 나오면 최종적으로 센터 직원들이 육안으로 위폐 여부를 감별한다.

"10년 넘게 근무하게 되면 육안으로도 지폐를 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전문가들은 특수인쇄방식 등 각 국 지폐의 제작과정을 숙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변조대응센터는 원격감별도 수행한다. 각 지점에서 위폐 의심 지폐의 사진이나 스캔본을 센터로 보태오면, 지정된 전담직원이 이를 분류해 위폐를 감별해낸다."

국내 은행권에서 이 같은 대규모 위폐감별조직을 갖춘 곳은 KEB하나은행이 유일하다. 위변조대응센터의 시설을 갖추는 데 들어간 비용만도 20억 원에 이른다. 광학분석장비는 세계에서 3번째로 도입한 것으로 대당 가격은 무려 3억 원에 이른다.  KEB하나은행은 위폐감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본점 지하에 은행 수입과 직결되지 않는 위폐 감별 공간을 마련하고 그동안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다.

이같은 지원 덕에 적지않은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15년~2017년 중 국내 은행의 외화 위폐적발건수 3503건인데, KEB하나은행은 이 가운데 2525건을 적발해냈다. 은행 전체의 72.1%에 달한다.

국가기관이나 타행에서도 KEB하나은행에 감별 요청을 하는 것도 이 같은 전문성 때문이다. 실제로 KEB하나은행은 국내 시중은행에서 유일하게 '감정의견서'를 발급한다. 이 센터장은 "지금의 위변조대응센터의 역량은 40여 년 간의 축적된 노하우에 은행 차원의 연구 및 지원이 일궈낸 결과"라고 말했다.
영국 포스터앤프리맨 사(社)가 제작한 고성능 광학장비. 대당 3억 원에 이르는 고가의 장비로 자외선 및 적외선을 통해 위폐를 걸러낸다. 사진=오현승 기자

위폐감별 인력을 육성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센터장은 "최소 2년 이상 영업점에서 근무한 은행 인력을 대상으로 6개월 간 위조지폐감별고급과정을 진행해 한 해 10명 정도 인력을 걸러낸다"며 "이 중 우수성적자 서 너 명을 추려 홍콩으로 위폐 관련 연수를 보내 센터 인력으로 활용한다"고 설명헀다. 위변조대응센터의 업무순환 주기는 5년 이상으로 둬 전문성을 키우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이 센터장은 "화폐의 신뢰를 보증한다는 자부심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며 "위폐가 발생하면 금융권은 물론 해당 정부의 신뢰도까지 추락하게 된다는 점에서 전 은행권이 위폐를 막기 위한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간단한 위폐식별법도 소개했다. 이 센터장은 "빛에 비춰보면 숨은 그림이나 색 변환 등을 식별할 수 있고 손 끝으로 지폐를 만져보면 정상 지폐의 경우 오돌토돌함이 느껴진다"며 "홀로그램 색이 바뀌는 걸 보려면 지폐를 기울여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직원들이 지난달에 말레이시아 링기트화 위폐 100장을 적발했다. 사진=KEB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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