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긴축 카드 접은 연준…한은, 금리 인하할까?

금리 역전폭 확대 염려 ↓ 경기 둔화 우려 ↑
경기부양 위해 재정정책 이어 통화정책 동원할 수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대 긴축 카드를 접으면서 한국은행이 금리정상화에서 금리인하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미 금리역전폭 확대 부담을 던 데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조정되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계부채와 부동산 등의 문제 때문에 한은이 금리인하를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금리를 내린다 해도 추가경정예산 집행 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종료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종래와 같은 2.25~2.50%로 동결했다.

아울러 점도표를 통해 올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점도표에서 2회 금리인상을 제시한 것보다 크게 하향조정한 것이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앞서 예고했던 4분기보다 이른 9월말에 종료하기로 했다. 5월부터는 자산축소 규모도 줄인다.

연준의 양대 긴축 카드인 금리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를 모두 접은 것이다. 특히 올해 기준금리 1회 인상을 제시하리라고 봤던 시장의 예상보다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이라 시장에 충격을 줬다.

때문에 연준이 점도표에서 내년 1회 금리인상을 제시했음에도 시장에서는 내년까지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경제 전망이 올해보다 더 나쁘다”며 연준이 내년에는 금리를 인상할 동력이 남아 있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사실상 금리인상 사이클은 마무리됐다”며 “앞으로 장기전망 중간값도 하향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준을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던 한은은 한 숨 돌리게 됐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1.75%로 인상한 한은은 올해는 일단 금리를 동결하면서 연준의 움직임에 맞춰 금리정상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한미 간 금리역전폭이 확대될수록 국내에 투자된 해외자금의 유출 가능성이 높아져 한은으로서는 민감한 사안이다.

그런데 연준이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한은은 부담을 크게 덜게 됐다. 

하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아직 금리를 인하할 때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금리인하 카드를 제외하기에는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의 심상치 않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2.7%)은 전년(3.1%) 대비 0.4%포인트 하락했으며 올해 전망은 더 우울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10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6%로 예상한 데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초 기존 2.8%에서 2.6%로 0.2% 하향조정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아예 2.1%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 경제 전망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하향조정했다. 지난해 9월(2.5%) 대비로는 0.4%포인트 내린 수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7%에서 1.1%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OECD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3%로 낮췄다.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IMF는 최근 “한은의 통화정책이 명확히 완화적이어야 한다”고 주문하기까지 했다. IMF는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심각한 자본 유출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밑돌고 저물가로 인해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며 “현 상황은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금리를 낮추기에는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골칫거리다. 자칫 낮은 금리 때문에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가팔라져 한국 경제에 시한폭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일형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가계부채 문제가 아직 안전지대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없다”며  “레버리지 확대로 금융불균형이 형성될 경우 단기적인 편익보다 중기적인 비용이 커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9.13 대책’ 이후 안정세이긴 하나 부동산도 아직 마음을 놓기엔 이르다는 분석이 강하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한은이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추경 집행 후에도 경기가 나아지지 않으면 금리인하를 검토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추경이 집행된 후에는 한은의 입장이 좀 더 유연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단 정부가 펼칠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영향을 지켜본 뒤 그럼에도 경기가 좋지 않다면 한은이 금리인하를 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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