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교보생명·FI 다툼…소송전으로 번져

2조5천억 요구 FI, 중재 신청…교보생명, "협상 계속할 것"
창사 60년 이래 최대 위기…각개격파로 위기 돌파할까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 교보생명이 창사 60년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 풋옵션을 둘러싼 재무적투자자(FI)와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재정적 타격을 넘어 경영권까지 흔들리고 있다.

이미 FI들이 중재 신청을 한 가운데 교보생명도 풋옵션 무효 소송을 검토하는 등 법정다툼으로 번지는 추세다.    

교보생명은 일단 협상을 지속한다는 방침이지만 FI들을 만족시킬 카드가 별로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다만 일부 FI가 전선에서 이탈할 정황이 보여 ‘각개격파 전략’을 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풋옵션 실행한 FI, 권리 찾기 위해 중재 신청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 투자청(GIC) 등 교보생명의 FI들은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결국 양자 간의 대립이 법정다툼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12년 9월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 지분 24.01%를 시장에 내놓으면서부터 촉발됐다.

우호 주주였던 대우인터내셔널이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경영권을 위협받게 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FI들을 ‘백기사’로 끌어들였다. 

이에 따라 어피니티가 9.05%의 지분을 인수한 것을 비롯해 IMM PE(5.23%), 베어링 PE(5.23%), 싱가포르 투자청(4.50%) 등 4곳의 FI들이 24.01%의 지분을 나눠 매수했다. 신 회장은 3년 내 기업공개(IPO)에 실패할 경우 FI들에게 주식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의 주주 간 계약(SHA)도 맺었다.

문제는 SHA 이후 만 5년이 지나도록 교보생명이 상장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FI들은 풋옵션을 행사했다. 그들은 주당 40만9000원, 총 2조4540억원에 자신들의 지분을 되살 것을 신 회장에게 요구했다.

반면 신 회장은 주당 24만5000원, 총 1조2054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처음 FI들이 교보생명 지분을 사들일 때 지불한 가격, 즉 원가 수준이다.

당연히 FI들은 만족하지 않았으며 다툼은 점점 격화됐다. 신 회장은 뒤늦게 지난해말 교보생명의 IPO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이미 등을 돌린 FI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근 신 회장은 FI들에게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한 유동화 △FI 지분의 제3자 매각 추진 △기업공개(IPO) 성공 후 차익보전 등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교보생명은 “SHA 계약 무효 소송까지 검토하겠다”며 강경한 자세를 표했으나 동시에 협상의 끈도 놓지 않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중재 신청을 해도 중간에 철회가 가능하다”며 “협상을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각개격파로 ‘우군’ 만들 수 있을까

이번 사태에서 교보생명이 심각한 위기에 몰린 것은 FI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수조 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과 더불어 경영권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FI들을 제외하면 신 회장 본인(33.78%)을 비롯한 우호 지분은 약 39%에 불과하다.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50% + α가 크게 부족한 것이다.  

한 교보생명 설계사는 “백기사로 끌어들인 FI들이 흑기사로 돌변해 멀쩡한 60년 민족기업을 하루아침에 경영권까지 위협받는 만신창이로 만들었다”며 청와대 청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교보생명에게 갑갑한 부분은 FI들을 만족시킬 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FI들을 달랠 수 있는 마땅한 협상안이 없다”고 말했다.

우선 FI들이 원하는 대로 주당 40만9000원에 24.01%의 지분을 되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지분을 사들인 뒤 IPO를 통해 손실을 메꾸는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마땅치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최근의 주가순자산비율(PBR 0.5배 수준)로 교보생명의 공모가를 추산하면 20만원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만약 공모가가 20만원 수준에서 형성된다면 신 회장이 부담해야하는 금액은 1조원을 훌쩍 넘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FI들이 요구하는 2조4540억원보다는 적지만 1조원 수준의 금액도 신 회장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때문에 보험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신 회장과 교보생명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각개격파 전략을 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재 신청 등 현재 FI 그룹의 움직임을 주도하는 회사는 어피니티”라면서 “소송전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과 노력이 무척 많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다른 세 FI가 끝까지 함께 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 투자청과 베어링 PE가 독자노선을 택할 수 있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며 “신 회장이 이들은 타겟팅한 새로운 협상안을 내밀면 설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교보생명도 주판알을 새로 튕기는 모습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중장기적인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절차상 상장 순연은 불가피하나 중재에 들어가도 협상은 계속할 수 있으므로 물밑 협상을 지속적으로 시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만약 베어링 PE(5.23%)와 싱가포르 투자청(4.50%)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면 신 회장의 우호 지분이 50%에 가까워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여기에 한국수출입은행(5.85%)의 지원만 얻으면 교보생명을 위기로 몰아넣은 경영권 문제가 해결된다”고 분석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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