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 "예보료 과다" vs 예보 "적립금 충분치 않아"

생보업계 "국제기준·영업환경 악화 고려해야"
예보 "IMF 당시 공적자금 9조 넘게 투입"

 

[세계파이낸스=이정화 기자] 생명보험업계가 예금보험료 인하 추진 의사를 밝혔다. 주된 방식으로는 통합예금보험제도에서 계정을 분리하거나 부과기준에서 책임보험금을 제외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는 현재 적립금도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어서 실현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협회는 지난 19일 열린 간담회에서 예보료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생보사들은 지난해에만 7721억원의 예보료를 냈는데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이 정도 수준은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현재 생명보험업계의 건전성에 비춰볼 때 예보료를 인하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이미 생보사 대부분의 보험금지급여력(RBC) 비율이 200% 이상”이라며 “자산건전성이 매우 우수하므로 굳이 높은 수준의 예보료율이 적용될 까닭이 없다”고 말했다.

생보업계는 예보료 인하 방식으로 △통합예금보험제도 안에서 생보계정 분리 △예보료 부과 기준에서 책임준비금 제외 등을 제시했다.

신용길 생보협회장은 "일본, 미국, 영국 등 대부분 수입보험료 중심으로 예보료를 부담하고 있고 사전적립보다는 사후갹출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보의 입장은 다르다.  예보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예보료가 부담스럽다는 주장은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부실 위험이 높다는 뜻”이라며 “따라서 예보료율을 낮추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예보는 ‘IMF 외환위기’ 당시 투입된 공적자금 규모를 고려할 때 현재 적립금 4조9000억원도 충분하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예보 관계자는 “IMF 당시 보험업계에 투입된 공적자금만 9조원이 넘는다”며 “그 때보다 생보업권 규모가 10배 이상 늘어난 만큼 지금 쌓은 돈만으로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책임준비금을 예보료 부과 기준에서 제외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예보 관계자는 "은행도 예수금을 기준으로 예보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예보료 산정 기준에서 책임준비금을 빼거나 통합예금보험제도 안에서 생보권역만 빠지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사는 은행과 달리 '뱅크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많은 기금을 적립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뱅크런 사태를 감안해서 기금을 쌓고 있는 것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예보 관계자는 “중소형사 3~4곳에서 부실이 발생했을 경우를 가정하고 현재와 같은 기금을 쌓고 있는 것”이라며 “생보사는 저축성보험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중도해지하더라도 원금에 가까운 돈을 돌려줘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형 보험사가 부실해졌을 때 예보가 이들을 대신해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예보료 인하 요인은 현재로선 없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예보료를 둘러싸고 생보업계 등 몇몇 금융업권의 관련 요구가 빗발치자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검토 중이다.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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