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라고 생각했는데…" 아쉬움 남긴 삼성전자 주총

미세먼지 마시며 장시간 기다림에 지친 주주들, 주총장서 불만 토로
일방적 의사 진행에도 뿔난 주주들, 안규리 이사 반대 목소리 높여

20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 5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세계파이낸스=장영일 기자]  지난해 50대 1 액면분할 이후 처음으로 열린 삼성전자 주총장 주변은 소액주주들로 크게 북적였다.  주주 수는 2018년말 기준 78만명을 넘어서면서 액면분할 이전 대비 5배 늘었다. 

실제 이날 주총이 열린 서초사옥 다목적홀은 주최측이 마련한 800석이 꽉 찼고 이후 따로 마련된 400여석의 좌석도 금세 주주들로 채워졌다.  주총장에 들어가지 못해 먼발치에서 화면으로 지켜보거나 돌아간 주주들까지 합치면 전체 인원은 3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사실 주총장은 입장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혼잡스러웠다.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가리키는 오전 8시30분,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도착하니 이미 줄이 겹겹이 있었다. 휠체어를 탄 주주, 목발을 짚은 몸이 불편한 주주들도 보였다.

기자도 30여분을 기다린 끝에 9시께 주총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이미 주총은 시작된 상태였고 의장의 발언, 사업부별 발표에 이어 주주들의 질의 발언도 계속됐다.

이날 주총에서는 디바이스솔루션(DS)·소비자가전(CE)·IT·모바일(IM) 부문 등 사업별 경영현황과 올해 사업전략에 대한 설명에 이어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보수 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처리됐다.  사외이사 임기가 끝나는 송광수 전 검찰총장과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의 후임으로 김한조 하나금융 나눔재단 이사장과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를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한 시간을 기다린 끝에 입장했다는 주주 A씨는 "미세먼지가 이렇게 심한데 노인분들이 오랜 시간 서있느라 힘들었을 것"이라며 "국내 최고 기업 삼성이 주주 대접을 이렇게 하느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또 다른 주주 B씨도 "임직원의 안전만 중요하고 주주들의 안전은 안중요하냐"면서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삼성전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9시30분이 넘어서도 주총장에 입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3월20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주총장에 들어가기 위해 주주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사진=장영일 기자

사업부별 발표가 끝나자 일부 주주들은 "작년 4분기 실적 하락에 임원들은 뭐했냐.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따져 물었다.

그러나 이렇다할 이사회의 답변 없이 회의 진행이 이어지자 주총장 분위기는 이내 싸늘해졌다. 주주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고, 의사진행을 계속 진행하려고 한 것이 되레 화를 돋군 셈이 됐다.

이사회 선임 과정에서 결국 참았던 주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특히 안규리 신임 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목소리가 높아졌다.

마산에서 올라왔다는 주주 C씨는 "주총 안내장에 안규리 이사의 약력만 있다"면서 "어떤 사람인지, 주주들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주총장이 무슨 국회의원 뽑는 자리냐"고 질타했다.

의사 진행 몰이꾼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의장의 의사 진행 발언 이후 동의하는 주주의 의사 발언이 뒤따랐는데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주주 D씨는 "몰이꾼 동원해서 동의하고 박수치게 하고, 계속 이렇게 할 건가"라고 물은 뒤, 임직원들을 '머슴'에 비유하며 강도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그는 "삼성전자 건물 주변을 '이건희 회장 물러가라', '구속수사하라' 등 피켓이 에워싸고 있는데 이것하나 해결못하면서 임원자리에 앉아 있냐"며 "윤리경영도 무시하고, 주주들도 무시하는 게 삼성전자인가"라고 물었다.

다른 주주들도 "안 이사를 누가 추천했는지 설명해달라", "전자제품 만드는 회사에 의대 교수가 적합하느냐"고 항의했다.

일부 주주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관악산에서 내려왔다는 주주 E씨는 "예전엔 삼성전자 주총 참석인원의 95%가 직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지금 와서 보니 많이 변했고 발언권도 많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삼성이 돈을 많이 버는데 이미지가 좋지 않다"면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주 F씨는 "주총 참석을 위해 오면서 축제의 자리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는데…"라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주총 의장을 맡은 김기남 대표이사(부회장)는 "회사 전 분야에 걸친 근원적인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5G는 신사업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주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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