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이 만난 금융키맨] 한동환 전무 "외부 협업 통해 디지털 변혁 속도낼 것"

"디지털 조직 바꿨더니 도전적 결과 도출…리브똑똑·리브온 육성할 것"
삼성·LG 및 핀테크사 손잡고 경쟁력 강화…DT는 글로벌 진출에도 기여

금융산업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은행·증권· 보험 등 전통적 방식의 업종 간 칸막이가 무의미해지고  IT기기 발달 등으로 글로벌·디지털화도 급속도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이 같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금융이 갖는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금 융통의 효율성과 편리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금융의 본래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파이낸스는 자산관리, 디지털 및 글로벌 전략, 빅데이터, 소비자보호, 핀테크 등 다양한 금융분야에서 활동하는 주요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오현승이 만난 금융키맨]을 통해 싣는다. 이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들과 금융 관련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금융산업의 발전 방향도 함께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대형 기업들이 속속 금융산업에 진입하면서 종전 금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조직의 체질을 기민하게 바꾸고 이종(異種)업종 간 합종연횡을 통한 변화가 생존을 위한 숙제로 떠올랐다. 그래야만 소비자 잉여 증대라는 기업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동환 KB금융지주 디지털혁신총괄(CDIO) 전무 겸 KB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대표는 KB금융의 디지털·데이터 전략을 총괄하는 핵심인물이다. 그는 의사결정 단계를 최소화하고 조직을 민첩하게 바꾸는 게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 DT)의 첫걸음이라고 확신한다. 특히 모바일 등 비대면채널 강화는  소비자 편의성 증대는 물론 은행 점포의 혼잡도를 낮춰 창구의 디지털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전체 채널의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한동환 KB금융지주 디지털혁신총괄(CDIO) 전무 겸 KB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대표. 사진=KB국민은행

한 전무는 제조업 등 다른 업종과 협업을 통해 디지털 변혁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금융사의 소비자 데이터 활용범위가 넓어지면 은행, 증권 및 보험회사 등 금융사들이 보다 깊이 있는 상담을 통해 소비자들의 자산관리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자는 20일 서울시 여의도동 소재 한 전무의 집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KB의 디지털 전략과 향후 발전방향을 살펴봤다.

◇'에이스' 디지털변혁의 핵심…'리브똑똑' 대표앱 육성

한 전무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자사 앱(애플리케이션)을 구동시키면서 그간의 성과물을 소개했다. 국민은행 비대면 채널의 핵심 앱인 'KB스타뱅킹', '리브똑똑', 'KB부동산 리브온' 등이 그것이다. 그러면서 디지털혁신은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여는 데에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에이스(ACE: Agile, Customer Centric, Excellence)'라 이름붙인 6~7명가량이 모인 소규모 혁신그룹을 통한 조직 혁신의 성과를 유독 강조했다.

"기업문화를 수평적이고 유연하고 또 빠르게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KB형 애자일조직'을 도입한 이유다. 우선 디지털금융그룹에서 10개 에이스를 조직했다. 에이스는 짧은 프로젝트의 경우는 한 달, 전산개발과 같은 프로젝트는 3개월 여 간 진행한다. 모든 에이스가 성공한 건 아니지만 적잖은 성과를 올렸다고 자부한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풀뱅킹 앱인 KB스타뱅킹의 변화는 에이스 활동의 결과물이다. 앱 사용자가 잔액을 확인할 때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을 없애고 과거 돈을 보냈던 상대방에게는 '빠른이체'를 통해 공인인증서 등을 입력하지 않도록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한 전무는 "애자일 조직에선 그간 당연히 필요하다고 여겼던 프로세스를 타파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며 "팀장과 부서장은 에이스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에이스는 그룹장인 나와 직접 논의해 기획부터 개발, 소비자 서비스까지 전부 책임을 지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도전적인 결과를 도출해내는 데 성공했다는 게 한 전무의 설명이다.

'자산관리샵(#)'도 지난해 말 에이스가 내놓은 성과 중 하나다. 은퇴시점에서 어느 정도의 금액이 필요하고 또 부족한 지 분석해주는 게 자산관리샵의 특징이다. 한 전무는 "미래고객인 '2030세대'의 자산관리 욕구가 높다는 점에 착안해 자산관리샵을 선보였다"며 "출시 두 달만에 60만 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대화형 금융앱인 '리브똑똑'은 향후 국민은행의 대표앱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그는 "금융의 본질은 '묻고 답하기'인데 리브똑똑은 비대면 금융환경에서도 오프라인과 같이 문답식·대화식 금융상품 가입이 가능하도록 구성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금융측면에서는 간편성과 효율성을, 메신저 측면에서는 보안성을 높인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리브똑독의 월간 순 사용자(MAU)를 현재의 100배까지 늘려나가겠다는 게 한 전무의 포부다.
KB국민은행의 '리브'(왼쪽)와 '자산관리샵(#)'(오른쪽) 구동화면 캡쳐=오현승 기자.

주택금융의 전통적 강자로서 부동산 플랫폼 리브온의 기능도 강화할 방침이다. 리브온은 내게 딱 맞는 매물 찾기, 아파트 및 연립·다세대 시세 확인, 대출 한도·금리 조회 및 신청까지 가능한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으로 최근 앱 다운로드 수 100만 건을 넘어섰다. 향후 대출 등 금융영역을 제외한 아파트 지도, VR을 통한 내부환경제공 등의 비금융 기능은 클라우드 영역으로 구현할 방침이다.

비대면상품의 범위는 넓힌다. 한 예로 이달 중 전면적으로 비대면에 특화된 전월세대출과 신용대출 신상품을 내놓는다. 리브똑똑 등을 통한 비대면 펀드 가입 비중도 약 20%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경쟁력 높이려면 외부 협력은 필수…기업·글로벌부문도 디지털化

한 전무는 에코시스템(생태계)의 관점에서 제조업이나 핀테크업체 등과 적극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종연횡을 통해 금융사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지난해 8월 삼성전자, SK텔레콤과 손잡고 '갤럭시 KB스타폰'을 출시했다. LG그룹과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마곡페이 사업에 정산은행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 NHN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클라우드 인프라 도입, 금융-비금융 서비스 연계, 데이터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적인 모바일폰 제조사(삼성전자)와 가까워지면 시장 변화를 먼저 읽고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삼성 빅스비에 부동산시세를 알려주는 API를 제공받는 등 협업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LG와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여러 디지털화 영역에 대해 탐구 중인데, 이를 곧 비즈니스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NHN엔터와의 협업은 디지털마케팅 방식을 배우고 그들의 생활서비스를 리브 등에 탑재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카카오뱅크에 지분 10%를 투자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한 전무는 "혁신에 동참함으로서 카카오뱅크와 국민은행이 함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카카오뱅크 설립단계에서부터 인가 과정까지 새 사업자가 보유한 혁신성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왼쪽)과 권영수 (주)LG 부회장(오른쪽)이 디지털 신기술 기반 공동사업 추진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B금융지주

기업분야에서 디지털 변혁은 어느 수준까지 올라왔을까. 지난해 6월 선보인 '스타CMS'는 자영업 및 개인사업자들을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 전무는 말한다. 스타CMS는 기업의 국내 및 글로벌 자금관리를 통합 제공하는 서비스로, 국민은행은 집금 및 출금이체에 뒤따르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대신 이용자들로부터 데이터를 제공받는다. 

출시 반 년 새 당초 목표보다 세 배나 많은 2만 3000여 개의 기업을 유치했다. 한 전무는 "올 상반기 내 기업 심사 및 대출을 모두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마무리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금융에 비해 상대적으로 속도가 늦은 기업금융에서 완성도 높은 디지털 변혁을 이끌어내겠다는 게 한 전무의 각오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구축은 글로벌 시장 안착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은행에 견줘 비은행 분야는 상대적으로 규제 수준이 낮은 데다 디지털기술을 잘 활용하면 적은 자본으로도 해외에서 많은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무는 "캄보디아의 경우 진출 초기엔 기업금융에 의존하다보니 소매금융의 비중이 10%에 불과했다"며 "하지만 'KB리브캄보디아' 출시 후 이 비중이 25%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지 시장이 아직 높은 수준의 뱅킹보다는 이체 등 단순 이용고객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우선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채널로서 디지털의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다.  

신용정보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등 이른바 '데이터경제 3법'은 소비자와 금융사가 윈-윈할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 금융사는 소비자가 정보를 제공을 동의한 범위 내에서 보다 명확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거라는 기대다. 다만 현재 관련 법안들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한 상태다.

한 전무는 "개인정보의 종류가 여러가지로 나뉘어 구분이 모호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며 "앞으로 가명정보, 익명정보 등 개인정보에 동의가 필요한 범위가 분명히 나뉘게 되면 이를 활용한 금융서비스가 보다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즉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늘면 은행과 같은 금융사는 소비자들이 어떠한 상품과 서비스를 원하는지, 어떠한 자산관리를 받고 싶어하는 지 보다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개별 금융사들이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을 펼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서비스의 수준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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