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보다 가파른 보험사 약관대출 확대

경기불황·규제 사각지대 탓…생계형 대출 늘어

 

[세계파이낸스=이정화 기자] 보험사 약관대출이 가계대출보다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경기불황 때문에 생계형 대출이 늘어난 데다 대출총량규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의 규제에서 비껴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보험사의 가계 약관대출 잔액은 61조9000억원으로 전년동기(57조1000억원) 대비 8.3%(4조8000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6.7%)보다 가파른 속도다.

주된 원인으로는 우선 대출총량규제나 DSR 등 가계대출 규제의 사각지대란 점이 꼽힌다. 또 불황 때문에 생계형 대출이 증가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질수록 보험을 해약하거나 약관대출을 신청하는 수요가 늘어나곤 한다”고 설명했다.  

약관대출이란 계약자가 가입한 보험 해약환급금의 70~80% 범위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제도다. 보험계약대출이라고도 한다.

납입한 보험료 내에서 대출이 이뤄지고 보험기간 내 자유롭게 상환할 수 있어 대출자 입장에서는 상환부담이 덜하고 보험사 입장에서는 담보가 있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적다. 때문에 가입자들이 급전이 필요할 때 종종 약관대출을 신청하곤 한다.

문제는 가계대출 규제에서 비껴나 있는 것과 별개로 그 실질이 가계대출이란 점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늘어나면 가계부채 악화에 한 몫 할 수 있다.

게다가 해약환금금이라는 담보가 있음에도 시중은행보다 대출 금리가 높다는 부분이 대출자에게 부담스럽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여러 보험사들의 약관대출은 금리 6% 이상에 집중돼 있다.

업계 1위사인 삼성생명은 9.5% 이상 금리대에 약관대출의 65%가 집중돼 있다. ABL생명도 전체 약관대출의 절반 이상이 6.5~9.5% 수준이다. 시중은행 대출 평균금리가 3.7%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6%포인트까지 차이나는 셈이다.

생계형대출 증가세와 더불어 높은 금리는 연체율 악화로도 연결됐다.

지난해 9월말 기준 보험사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59%로 전기 대비 0.05%포인트 올랐다. 특히 약관대출 등을 포함한 보험사 신용대출과 기타대출의 연체율은 1.43%에 달해 전기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험사는 아직 내야 할 보험료를 모두 내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높은 금리를 매기고 있다"며 "그러나 이처럼 높은 금리가 대출 연체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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