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일의 전자계산기] LGU+, CJ헬로 8천억 인수…고평가 vs 성장기회

가입자 1인당 40만원, 시가총액의 2배 '고평가'…딜라이브 등도 몸값 뛸듯
LG그룹, 과감한 투자로 LG유플러스 밀어주기…5G· 미디어 업계 재편 서막

기업들은 신시장 개척 및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인수·합병(M&A), 매각, 분할 등 중요한 결정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적정하게 산출이 됐는지, 수익성은 괜찮은 것인지 투자자 입장에서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제시되는 공모가나 각 기업의 연봉이 어떤 방식으로 산정됐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세계파이낸스는 다양한 평가 방법과 기업간 비교 등을 통해 숫자의 비밀을 파헤치는 [전자계산기]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장영일 기자] LG유플러스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CJ헬로 지분 50%+1주(3872만3433주)를 CJ ENM으로부터 8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가 책정한 CJ헬로 기업가치(EV)는 1조6000억원이다.

17일 현재 시가총액은 7500억원 수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두 배 이상 고평가됐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가입자당 가격으로도 40만원 가까이 산정됐는데 이는 일반적인 수준인 20만원보다 많다. 과연 8000억원이라는 인수가는 적정한걸까.

먼저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을 이용해 CJ헬로의 기업가치를 평가해봤다.

EBITDA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로 이자비용, 세금, 감가상각비용 등을 빼기 전 순이익을 나타낸다. 기업간 다르게 계산되는 세금 등의 차이를 제거해 순전히 기업의 수익 창출 능력을 비교할 수 있어 널리 쓰인다.

2017년말 기준 CJ헬로의 EBITDA는 약 2845억원 정도다. 같은 기간 스카이라이프의 EBITDA는 약 1715억원이다.

스카이라이프의 기업가치[현 시가총액(약 5500억원)-순현금(657억원)]는 약 4843억원이다. 이를 단순 비례 계산하면 CJ헬로의 기업가치는 8034억원이 나온다. 현 시가총액과는 비슷하지만 LG유플러스가 책정한 1조6000억원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부풀려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반적인 경영권 프리미엄 10%를 적용해도 비싸다는 의견이다.

또 같은 기간 CJ헬로의 EV/EBITDA는 4.67배다. 즉, 4.67년간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기업가치만큼의 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동종업계인 스카이라이프는 3.17배. CJ헬로의 가치는 스카이라이프 대비 고평가됐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가입자당 가격으로 봐도 고평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유료방송시장은 가입자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가입자 수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CJ헬로의 가입자수는 416만명이기 때문에 가입자당 약 38만원으로 가격이 매겨졌다.

SK텔레콤이 지난 2015년 CJ헬로의 가격을 가입자 1인당 45만원으로 책정한 것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다는 설명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CJ헬로의 시가총액도 가입자당 20만원 수준에 맞춰져 있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하면 스카이라이프(427만명)도 1조6000억~1조7000억원으로 몸값이 책정되는데 이는 현 시가총액 대비 3배에 달한다.

이같은 조건으로 CJ헬로 인수가 완료되면 다른 유료방송의 가치도 덩달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입자당 40만원을 적용하면 현재 매물로 나온 딜라이브 몸값은 8000억원, 티브로드는 1조2000억원 가까이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CJ헬로의 인수는 당장 LG유플러스의 수익성에도 큰 도움은 되지 않을 전망이다. CJ헬로는 케이블TV업계에서 가입자수는 스카이라이프에 이은 2위이지만 수익성이 낮다. IPTV의 성장세가 가팔라지면서 유선방송이 사양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작년말 기준 CJ헬로의 가입자 1인당 영업이익은 1만7524원으로 스카이라이프(1만7658원), 티브로드(4만380원), 딜라이브(3만8000원) 대비 가장 낮다. 영업이익도 2015년 1050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2016년 429억원, 2017년 729억원, 2018년 681억원으로 하향세다.

LG유플러스 하현회 부회장이 2019 CES 전시부스에서 AR글래스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LG유플러스


다만 LG그룹과 LG유플러스의 미래 성장동력인 5G 및 미디어산업 강화 전략을 위한 과감한 투자라는 판단이다. 최근 유아동 IPTV 콘텐츠 '아이들나라', 넷플릭스와의 제휴 등으로 가입자수를 늘리고 있는 LG유플러스가 IPTV와 함께 미디어 산업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가입자 376만명(시장 점유율 11.7%)으로 유료방송업계 4위인 LG유플러스는 CJ헬로 가입자를 합하면 789만명(24.5%)에 달해 986만명(30.9%)의 KT그룹(KT+KT스카이라이프)에 이은 2위로 올라서게 된다.

특히 4G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역할이 작았던 LG유플러스가 5G 시장에서는 우뚝 설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업계는 이번 인수로 LG유플러스가 오는 3월 상용화되는 5G를 활용해 사업 확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인수로 높아진 시장지위, 인수 시너지 창출, 사업확장에 따른 성과 등에 기반해 영업, 재무적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이 이뤄지고 주력사업에서의 이익흐름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향후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CJ헬로 주주총회에서 매각이 통과되면 LG유플러스는 3월중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기업결합심사는 120일 이내 심사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이르면 상반기 중 인수에 대한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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