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고용 불황’…장기 실업자 수, 19년만에 최대

반도체 부진에 제조업 고용 저조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고용 불황’의 한파가 한국 사회를 휘몰아치고 있다.

올해 1월 실업자 수가 122만4000명으로 19년만에 최대치를 찍은 데 더해 장기 실업자 현황도 크게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질 좋은 고용으로 유명한 제조업 고용도 침체되는 등 음울한 양상이다.

◇장기 실업자 수 15만5000명…고용시장 악화 ‘뚜렷’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장기 실업자 수가 15만5000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8000명 늘었다. 이는 지난 2000년 1월(16만7000명) 이후 19년만에 최대치다.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 실업자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 중이란 것은 국내 고용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 공기업, 은행 등 소위 인기 좋은 직장들의 취업 경쟁률은 백 대 일을 가뿐히 넘어 수백 대 일에 달하기도 한다”며 “너무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장기간 일자리를 못 구하는 구직자들이 늘어나는 듯 하다”고 진단했다.

뿐만 아니라 장기 실업자 수가 더 확대될 위험도 감지된다.

올해 1월 신규 실업자 수는 77만6000명으로 전년동월보다 17만3000명 증가했다. 월간 기준으로 2010년 2월(26만명) 이후 8년 11개월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신규 실업자는 구직기간이 3개월 미만인 실업자를 뜻한다. 이들이 계속 취업에 실패하면 결국 장기 실업자로 편입되게 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체적인 노동시장 사정이 악화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장기 실업자가 늘어날수록 사회 분위기는 더 침체되고 경기도 더 나빠져 경제성장률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제조업 취업자 수 17만명 감소

고용 악화 현상은 제조업 분야에서도 뚜렷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3만9000명에 불과해 전년동월 대비 17만명이나 줄었다.

제조업은 임금 수준과 안정성이 높은 편이라 ‘양질의 일자리’로 꼽힌다. 그런 제조업 고용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국내 고용시장에 빨간등이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제조업 고용지표 악화의 주된 이유는 반도체업종 부진이었다.

조선업과 자동차업종은 작년 하반기부터 점차 고용이 회복되는 추세다. 구조조정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고용 문제도 점차 해소되는 모습이다.

반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고용 호조세였던 전자부품업종은 하반기 들어 거꾸로 악화됐다. 이는 반도체업황이 나빠진 때문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재작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분야 투자가 늘면서 전자부품업 취업자 수도 증가세를 유지하다가 지난해말 감소세로 전환됐다”며 “올해초 감소폭이 더 커져 제조업 고용 부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전자부품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어닝서프라이즈가 끝나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반도체 실적 부진이 염려되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관련 고용도 축소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올해 반도체업종 영업이익이 50조5000억원에 불과해 전년보다 38.1% 급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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