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그룹 건전성 관리 빛났다…대손비용률 역대 최저

선제적 리스크관리·대형 구조조정 이슈 소멸 덕
충당금 적립 방식 변경 따른 대손비용률 상승 가능성도

게티이미지뱅크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지난해 국내 4대 금융그룹이 역대 최저 수준의 대손비용률을 기록하는 등 건전성 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성공했다. 과거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악재가 대부분 사라진 데다 리스크 관리 역량이 강화된 영향이 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누적 대손비용률은 0.26%로 1년 새 8bp 감소(신한카드 충당금 환입요인 제외 기준)했다. 과거 5개년 평균치 대비 16bp 낮은 수치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특히 은행 누적 충당금 전입액은 1년 새 4503억 원에서 2421억 원으로 47.4%나 감소했다. 회사 측은 구조조정 기업관련 충당금 소멸과 건전성 안정화 추세가 지속된 영향이라고 밝혔다. 그룹 NPL비율 역시 0.53%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NPL커버리지비율은 1년 새 36%포인트 상승한 170%였다.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누적 대손비용률은 0.18%였다. 2017년 말 0.33%보다 15bp 감소한 수준이다. 하나금융의 그룹 대손비용률은 퇴직급여충당금 802억 원, 한진중공업 관련 대손충당금 586억 원 등 일회성 충당금 이슈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 인수 후 가장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다. NPL비율은 0.59%로 지속적인 하향 안정세를 이어갔다. 하나금융은 경기둔화 및 금리상승 사이클에서도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자산 포트폴리오 질적 개선에 힘입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우리은행의 누적 대손비용률도 지난 2017년 말 0.34%에서 21bp 하락한 0.13%를 기록했다. NPL비율은 1년 새 31bp 감소한 0.54%였다. 같은 기간 NPL커버리지비율 역시 87.7%에서 119.4%로 개선됐다.

국내 금융그룹 '빅4' 중에선 KB금융지주의 누적 대손비용률이 유일하게 상승했다. KB금융의 대손비용률은 1년 새 1bp 증가했다.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이 직전년도보다 22.9%(6736억 원) 늘어난 탓이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엔 지난해와 같은 역대 최저 수준의 대손비용률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충당금환입과 IFRS9 도입에 따른 기술적 이슈까지 겹치며 역대 최저 수준의 경상 대손율을 기록했다"며 "올해 은행업 대손비용률은 6bp가량 완만히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충당금 적립 기준 방식의 변경 여부도 관심이다. 충당금 적립 기준이 강화되면 이는 대손비용률 증가로 이어진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부터 3개월 간 은행권과 공동 태스크포스(TF) 운영을 통해 손실예상금액 산정 시 차주 신용위험과 연관성이 큰 지표를 활용도록 권고했다. 금감원은 "은행이 이자보상배율을 이러한 지표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특정 지표를 쓰라고 권고하진 않았다"면서도 "은행들이 향후 예상되는 손실가능성에 대비해 회계원칙에 따라 충실하게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지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의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연체 여신이 아니더라도 미래 가치 등을 감안해 더 이상 자금융통이 이뤄져선 안 된다고 판단(예산손실 평가)될 경우, 개별평가를 통해 충당금을 더 쌓으라는 게 당국의 기조로 읽힌다"며 "충당금 적립방식 변경에 따라 금융사의 대손비용율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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