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요?] '파죽지세' 넷플릭스 각개전투로 막아낼 수 있을까

'킹덤' 열풍에 넷플릭스 국내 성공 가능성 높아져
국내 콘텐츠 생태계 급변…협력·제휴로 대응해야

하루에도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지고 갖가지 서비스가 등장합니다. 정부 정책도 연일 발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소비자와 국민들을 겨냥한 이들 제품과 서비스, 정책이 정말 유용하고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정확히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계파이낸스는 기존 사용후기식 제품 비교에서 벗어나 제3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보는 새로운 형태의 리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의 [그래서요?] 시리즈를 통해 제품·서비스·정책의 실효성과 문제점 등을 심층 진단합니다. <편집자주>



사진=넷플릭스



[세계파이낸스=장영일 기자] 유럽의 80%가 이미 점령당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도 이미 상륙했습니다. 글로벌 미디어 공룡 넷플릭스(Netflix)의 얘기입니다. 그간 영어권 콘텐츠에 큰 관심이 없던 국내 소비자들도 조선 좀비물 드라마 '킹덤'으로 들썩이는 상황인데요. 넷플릭스에 대한 국내 미디어 산업의 위기감도 함께 고조되고 있습니다.

'킹덤'의 성공을 계기로 국내 콘텐츠 제작 및 유통 등 생태계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가 요구되어지고 있습니다. 유통을 맡고 있는 국내 통신사 IPTV와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송사 등 업계의 협력·투자 등이 절실한데요. 과연 국내 미디어 업계가 넷플릭스의 공세를 이겨낼 수 있을지, 아니면 공존할 수 있을지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막대한 투자·편리한 플랫폼 무장…'파죽지세'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글로벌 가입자 수는 작년 3분기 기준 1억3700만명입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로이모건리서치에 따르면 영국 등 영어권 유럽국가에서 넷플릭스의 동영상시장 점유율은 83%입니다. 비영어권 유럽국가에서 점유율도 76%에 달합니다. 넷플릭스는 현지 미디어업계에 공포의 대상입니다.

비결이 무엇일까요. 넷플릭스는 제작자에게 콘텐츠 방향 등 일체 간섭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쉽게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세팅하면서 쉽게 각국의 미디어 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에는 광고도 없습니다. 광고를 없애니 불필요한 장면을 볼 이유도, 시청률도 공개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제작자가 오롯이 콘텐츠의 질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방송을 보는 방법도 간단합니다. 넷플릭스가 지원하는 디바이스의 종류만 1500종이라고 알려졌습니다. 휴대폰·태블릿·PC·스마트TV 등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넷플릭스에 접근할 수 있으니까요.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 '버드박스'는 개봉 일주일 만에 4500만 계정이 시청했는데요. 전세계 계정 보유자의 3분의 1이 영화를 본 셈입니다.

◇ 열악한 국내 제작 환경…국내 콘텐츠 한계 부딛혔나

넷플릭스는 한국 공략을 위해 차근차근 콘텐츠를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영화 '옥자', 예능 '범인은 바로너' 등을 선보이면서 가입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콘텐츠들은 반향을 끌지 못했지만 최근 '킹덤'의 성공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킹덤'에 투자한 금액은 200억원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즌1이 6회인데 회당 15억~20억원의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셈입니다. 시즌2도 제작에 돌입하면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국내 콘텐츠도 가물에 콩나듯 하지만 나름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긴 합니다.

최근 방송사가 아닌 종합편성채널에서 제작한 드라마 '스카이캐슬', '도깨비' 등의 성공은 국내 콘텐츠의 경쟁력을 보여줬습니다. 여전히 한류는 큰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도 발굴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종합편성채널까지 전파를 통해 방송되는 드라마만 1년에 50편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물량으로, 시간에 쫓겨 제작된 하향평준화된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시청률이 10%를 넘기는 프로그램도 손에 꼽을 정도이니까요.

촬영 당일에 가서야 내용을 알 수 있는 쪽대본에, 제작비 지연과 출연료 미지급 사태 등은 국내 콘텐츠 생태계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한 해 9조원을 투입해 700여 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넷플릭스를 막아낼 수 없습니다.

업계 내부에서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콘텐츠 부자들의 공세에 맞서기 보다는 협력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 미디어산업 자체 성장하고 있지만...국내 시장도 포화될 듯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미디어 콘텐츠 부문 매출은 매년 두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무선 통신의 성장은 정체된지 오래되면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KT의 작년 미디어·콘텐츠사업 매출은 2017년보다 9.4%, LG유플러스도 전년보다 12.5% 늘었다. SK브로드밴드 역시 작년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였습니다.

그러나 미디어 콘텐츠 시장도 이제는 포화 상태를 걱정해야 될 것 같습니다.

지난 2016년말 기준 사업자별 유료방송 가입자 수 대비 방송통신 결합상품 가입자 비중은 KT가 75.9%, SK군 78%, LG유플러스는 83.9%에 달합니다. 이 추세라면 IPTV가 도입되지 않은 가구는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올 2분기말 LG유플러스의 가입자 대비 IPTV 점유율은 90%를 넘겨 사실상 포화상태에 들어갔습니다.

더욱이 넷플릭스, 유튜브 등 콘텐츠 경쟁력을 앞세운 미디어 공룡으로부터 국내 가입자를 지켜내는 것도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미디어 산업이 아무리 커진다고 한들 소비자들의 지갑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니까요.

◇ 미디어 콘텐츠업계, 협력·제휴로 콘텐츠 경쟁력 키워야

그간 IPTV는 통신을 가입하면 주는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통합 요금으로 끼워 팔기해왔는데요. 통신사끼리 저가 요금으로 경쟁하다보니 IPTV의 콘텐츠 질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산업의 성장성, 충성도 높은 가입자를 유지하기 위해 미디어·콘텐츠 투자는 절실한 상황입니다. 현재로선 넷플릭나 유튜브 등 콘텐츠 부자들과의 싸움은 벅차 보입니다.

SK텔레콤은 올해초 자사 OTT 옥수수(oksusu)와 지상파 3사의 미디어 서비스 '푹(POOQ)'이 연합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우리 혼자만으로 경쟁이 어렵다"면서 "더 많은 플레이어와 투자자를 초대하는 구조로 오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미디어 업계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자체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으며 협력의 대상을 찾는데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는 작년 11월부터 자사 인터넷TV에 넷플릭스의 동영상 콘텐츠를 도입해 유료방송 가입자 수 확보에 나섰습니다. 유아 콘텐츠 '아이들나라'부터 중장년 콘텐츠까지 제작하면서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콘텐츠를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KT도 작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시연한 싱크뷰, 멀티뷰 기술들을 상용화한 '기가라이브' 등 '실감형 미디어' 콘텐츠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KT는 최근 5G 버스 시범 운행으로 소비자들에게 실감형 콘텐츠를 시연한 바 있습니다. 기자도 참여했는데, VR로 마치 해운대 앞바다 한가운데 있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을 뿐더러 여자친구와 롯데월드에서 실제 데이트를 방불케 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통신사별들은 서로에게 문을 열고 있지 않습니다. 넷플릭스라는 거대 세력과 각개전투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KT 가입자는 올레TV 모바일을 45.9% 이용하고 있지만 경쟁사 OTT 이용률은 한자릿수에 불과합니다. LG유플러스 가입자도 U+비디오포털을 47.5% 이용하는데 반해 경쟁사 콘텐츠는 각각 SK 2.7%, KT 4.1% 수준만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이 고착화되면 사업자들이 가진 양질의 콘텐츠별로 가입자들이 나뉘게 될텐데요. 결국 모든 IPTV에 가입할 수 없는 국내 이용자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게 됩니다. 통신사들 역시 콘텐츠 제작에 대한 부담이 커지게 됩니다. 즉, 통신사들이 가진 양질의 콘텐츠를 서로 개방해야 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 국내 미디어 산업 역차별 논란…규제도 풀어줘야

작년 6월 일몰된 합산규제에 대해 국회가 다시 부활을 추진하는 분위기입니다. 합산규제는 IPTV와 케이블(종합유선방송),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최대 3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글로벌 미디어 공룡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합산규제를 유지할 경우 M&A를 통해 시장 파이를 키우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방송법 개정 논의와 관련해서도 국내 업계를 역차별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은 현재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는 방송의 역할과 같지만 인터넷을 통해 유통된다는 점에서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개정안을 통해 넷플릭스 등도 방송사업자 지위를 부여토록 했는데요. 다만 넷플릭스는 신고사업자, 실시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푹과 티빙은 등록사업자로 분류됐습니다.

이에 대해 국내 OTT 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방송사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는 대부분 실시간채널을 포함하고 있어 VOD 서비스를 위주로 하는 넷플릭스 등에 비해 강도 높은 규제를 받게 될 것이란 점입니다. 국내 업계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실시간방송서비스 중단, 월정액 서비스 포기 등으로 대응할 경우 콘텐츠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즉, 이미 성공한 경험과 대형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한국 공략에 대해 이제 막 태동기에 접어든 국내 미디어 업계가 규제까지 떠안게 될 것이란 지적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넷플릭스에 각국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종속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면서 "넷플릭스와 손을 잡거나 사업자끼리 제휴해 콘텐츠 투자를 늘리는 방법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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