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보험, 보험사 배만 불릴 수 있다

해지환급금 강조하며 '저축성보험'으로 판매
낮은 보험계약 유지율 감안해 가입 신중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파이낸스=이정화 기자] 최근 보험사들이 앞다퉈 출시하고 있는 치매보험이 보험사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년이 지나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낮은 보험계약 유지율을 감안하면 80세를 전후해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치매의 특성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장을 받기 전에 해지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13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들은 치매보험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흥국화재, 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사와 함께 삼성생명, 한화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신한생명, NH농협생명, ABL생명에 이어 오렌지라이프까지 치매보험 출시 행렬에 참여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기존의 암·실손보험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더 이상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기 어려워졌다"며 "2000년대 초반 내놨던 중증치매 보장보험에 경증치매 보장을 추가해 보험사들이 치매보험 시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낮은 보험계약 유지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생보사와 손보사의 25회차 계약유지율은 각각 67.6%, 69%에 불과하다. 보험가입 후 2년이 지나면 10명 중 3명이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의미다. 기간이 5년으로 늘어나면 유지율은 50%로 더 떨어진다.

고정욱 한국보험보장연구소장은 "80세를 전후해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치매 특성상 보험사 입장에서는 80세까지 보험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특히 보험 가입 후 10년이 넘어가면 계약유지율이 10~15%까지 떨어져 보험 납입 기간 도중 많은 사람들이 치매보험을 해지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모두 보험사의 수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앙치매센터가 발간한 '2018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치매환자의 연령별 비중은 85세 이상이 33.6%로 가장 많았고 80~84세가 27.8%로 80대 이상 비중이 60%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보험판매채널에서는 치매보험을 저축성보험 형태로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오명진 보험계리사·두리 대표는 "80세 전후로 보험사의 해지환급률이라고 하는 책임준비금이 원금을 초과하는 구간이 발생하게 된다"며 "보험판매채널 쪽에서는 80세까지 치매에 걸리지 않을 경우 해지할 때 원금 이상을 받아갈 수 있다는 식으로 판매를 유도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소장은 "치매보험은 암보험보다 원금회복 심리가 강하다"며 "이 때문에 치매보험 상품을 판매할 때 해지환급금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어 저축성보험 형태로 치매보험이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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