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어떻게] NH투자증권, IB 부문 최강자 자리매김

파격 전략으로 국내 선도 역할…IB 실적 바탕 사상 최대 순익
대체투자·해외투자 등 적극 실행…작년 부동산금융만 4조 넘어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취임식. 정 사장은 업계 최초 IB사업부 출신 대표이사다.(사진=NH투자증권)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신화를 일궈낸 사람과 기업들을 보면 그 노하우와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최고라는 타이틀은 결코 우연히 얻어지는 게 아니다. 최고가 된 이들은 숱한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다.

세계파이낸스는 성공한 기업 또는 인물들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은 무엇인지, 그들만의 노하우와 비결은 무엇인지 [왜/어떻게] 시리즈를 통해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 NH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투자은행(IB) 업무를 최초로 영위한 증권사로 유명하다. IB 관련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어 다른 증권사들이 NH투자증권의 조직구도 및 전략 등을 벤치마킹하곤 한다.

특히 지난해 3월에는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정영채 IB사업부 대표(부사장)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해 IB 부문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정 사장은 “아시아 대표 IB를 만들겠다”는 각오 하에 파격적인 전략과 적극적인 투자로 IB 실적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뿐 아니라 은행 등까지 포함한 국내 IB 시장에서 NH투자증권은 확실한 강자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IB사업부 분할로 전문성 강화 

정 사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 IB사업부를 1, 2사업부로 나눴다. 1사업부(대표 윤병운)는 기업금융을, 2사업부(대표 최승호)는 실물자산을 중점적으로 취급한다. 이는 전문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두 IB사업부는 협업을 통해 시너지 극대화도 동시에 꾀하고 있다.

NH투자증권 IB 사업의 특징은 수익성을 중시하면서도 그것에만 골몰하는 게 아니라 기초 공사를 탄탄히 하는데 애를 쓴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기업 자문이다. 현재 국내 증권사 중에서 기업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NH투자증권와 삼성증권 두 곳뿐이다.

이는 그만큼 기업 자문이 들이는 노력에 비해 이익 창출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NH투자증권은 기업 자문이 곧 IB의 중심축이라는 판단하에 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LG, SK, CJ, 농심, 태평양, 동아제약, 롯데 등 국내 대기업의 지주사 전환 90%가 NH투자증권의 컨설팅을 통해 진행됐다.

윤병운 IB1사업부 대표는 “지주사 전환은 기업 분할, 합병, 사업구조 개편, 재무구조 개선 등 컨설팅을 통한 부가적인 딜이 발생한다”며 다양한 파생효과를 강조했다. 이어 “최근 IB 기업자문 수익도 몇백억원 수준으로 급증했다”며 수익성까지 증진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대형딜은 강력한 해외 네트워크를 지닌 외국계 증권사가 아무래도 유리한 국면이 있다. 이를 위해  NH투자증권은 미국 유명 인수합병(M&A) 자문사인 에버코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실물자산 관련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최승호 IB2사업부 대표는 “현재 채권 등의 금리는 너무 낮고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과도해 다수의 투자자들이 부동산, 인프라, 사회간접자본(SOC), 에너지 등 실물자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 관련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내 실물자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 밸류에이션 투자에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대체투자 확대…부동산금융서만 4조 넘겨

정 사장은 취임부터 “IB 부문 중 특히 대체투자와 해외투자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해외투자는 NH투자증권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야로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대체투자가 향후 수익성이 높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실제로 정 사장은 “여의도 파크원의 56층 오피스타워를 총 7000억원에 매수했는데 장래 9000억원에서 1조원 가량의 금액에 재매각될 것”이라며 대체투자의 높은 수익성을 강조했다.

대체투자에 힘쓴 덕에 지난해 NH투자증권의 부동산금융은 4조원을 넘겼다. 포트폴리오도 국내 부동산개발사업, 국내 대형 오피스매입, 해외 오피스빌딩 매입 등 다양하다.

우선 국내 부동산개발사업에서는 상반기 나인원 한남 브릿지론 6500억원, 하반기 나인원 한남 프로젝트파이낸싱(PF) 6000억원 등을 조성했다. 

국내 대형 오피스에서는 상반기 강남엔타워에 1860억원 에쿼티 투자와 7484억원 규모의 삼성물산 서초사옥 매입을 진행했다. 그밖에 서울스퀘어에도 4200억원을 투자했다.

해외 오피스는 상대적으로 투자 안정성이 확보된 미국과 영국에 집중됐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뉴욕 맨하튼 타임스퀘어 빌딩에 2400억원 규모의 메자닌 투자를 실행했다. 영국 런던 캐논브릿지하우스는 미래에셋대우증권과 공동매입했다.
평택 지제·세교지구 조감도(사진=연합뉴스)

올해 들어서도 거침없는 투자 행보는 멈추지 않고 있다. 연초 NH투자증권은 메리츠종금증권과 함께 평택 지제·세교지구 개발 PF에 선순위대출로 총 39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양 사가 각각 1950억원씩 맡았다.

평택 지제·세교지구는 약 83만㎡ 규모의 환지방식 민간 도시개발사업지구다. 지난해 6월 평택시로부터 환지계획 인가를 받아 9월 12일 부지조성공사 기공식을 거행했다.

사업지구 내 공동주택 아파트에 대한 건축심의도 완료한 상태다. 오는 4월 착공해 2021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평택 PF는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고덕국제신도시의 삼성산업단지와 대각선으로 1㎞ 거리에 있는 만큼 후광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에는 외부 위탁 운용 관리(OCIO) 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주택도시기금 전담 운용사로 선정돼 향후 4년간 약 19조원의 자금을 운용하게 된 것이다.

◇사상 최대 실적 넘어 당기순익 1조 목표

이런 공세적인 IB 전략은 실제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498억원으로 이미 재작년 수준(3496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 실적이 확정됐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지난해 NH투자증권의 당기순익이 4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년 대비 34.28% 급증한 수치다.

IB 부문의 성과가 우수한 실적의 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3분기까지 NH투자증권의 IB 부문 영업이익은 1377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4877억원)의 28.2%를 차지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NH투자증권의 4분기 IB 부문 영업이익을 약 300억원으로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의 IB 사업은 미래도 밝다. 우선 국내에서 국민연금 다음으로 큰 투자자인 농협 상호금융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여의도 파크원의 PF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데에도 농협 상호금융이 1900억원을 출자해준 덕이 컸다. 농협의 영향력은 지역사업을 진행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정 사장은 “앞으로도 농협의 지원사격을 토대로 IB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5월에는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두번째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자금력이 더욱 든든해졌다. 발행어음은 자금조달뿐 아니라 고객 확보 측면에서도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발행어음을 통해 약 1조7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올해는 2조원 가량 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은 올해 발행어음으로 약 320억원의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바탕으로 NH투자증권은 2023년까지 총 당기순이익 1조원, IB사업부에서만 5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 전략으로는 플랫폼금융사를 추진 중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기업공개(IPO) 등 기업에게 필요한 모든 금융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올해초에는 금융투자업계 최초로 핵심성과지표(KPI)를 전면 폐지하는 파격까지 시도했다.

정 사장은 KPI가 인사평가에는 효율적이나 정작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 별 효과가 없다는 판단하에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은 향후 KPI 대신 고객을 만나 소통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지 여부, 즉 직원의 활동성을 주요 평가 잣대로 삼을 방침이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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