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취업노력 등 서민·취약층 '정성적 정보' 적극 활용해야

최건호 서민금융진흥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작년 말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개인신용평가체계 종합 개선방안'의 세부방안이 올 1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지금까지는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으면 은행권 대출에 비해 신용등급이 크게 하락하는 불이익이 있었다. 이를테면 은행 대출 시 신용등급은 평균 0.25등급 하락한데 비해, 저축은행 대출 시에는 평균 1.6등급 하락해왔다. 앞으로는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2금융권 대출 시 금리를 반영해 금리가 낮을수록 신용등급 하락 폭이 적어지도록 신용평가모형이 개선된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이용자 12만명의 신용등급이 1등급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신용평가체계가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전환된다. 기존 신용평가체계는 개인의 신용등급을 1~10등급으로 구분하는 등급제를 기반으로 해 운영돼 왔다. 하지만 이런 등급중심 체계는 등급간 절벽효과가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절벽효과는 신용등급이 한단계씩 낮아질 때 마다 대출금리나 거래 금융기관과 같은 대출조건이 악화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신용점수가 664점인 대출신청자는 신용등급이 7등급(600~664점)으로 실제 6등급에 가까운 신용점수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신용점수 1점 차이로 대출이 거절되는 것이다. 하지만 신용등급제에서 점수제(1~1000점)로 전환이 이루어지면 거래 가능 금융기관이나 대출금리 산정이 좀 더 합리적으로 개선된다.

이번 신용평가제도의 개선에 따라 그동안 서민·취약계층이 겪고 있던 신용평가상 불이익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기존 개인신용평가체계는 대출상환, 카드사용액, 연체이력, 부채규모 등과 같은 과거에 발생한 금융이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현 신용평가체계 하에서는 금융권 이용경험이 적은 사회초년생, 대학생, 주부, 노인층 등 금융이력부족자의 신용상황은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상대적 차별이 발생한다. 이 분들은 대부분 신용등급 4~6등급의 중신용등급자로 분류돼, 은행 보다는 카드사나 캐피탈의 고금리대출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한편 연체이력자의 경우에는 저신용등급자(7~10등급)로 분류돼 신용등급간 신용위험에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괄적으로 제도권금융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2월 21일 금융위원회는 '서민금융지원체계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중신용자와 저신용자에게 보다 적합한 신용평가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서민특화신용평가사의 도입을 추진한다.

서민특화신용평가체계는 금융정보와 비금융정보의 조화로운 활용이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정책서민금융상품 이용자의 성실상환이력 등 긍정적 금융정보를 신용평가에 활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통신요금, 공공요금 납부 실적 등 비금융정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어려운 여건에서도 소액의 대출이나, 공공요금 납부를 위한 노력을 신용점수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서민·취약계층의 특성을 활용한 취업노력, 신용관리 노력 등 각종 정성적 정보도 적극 발굴해 활용해야 한다.

만약 긍정적 금융정보, 비금융정보, 정성적 정보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면 대출이력, 연체이력 등과 같은 기존 신용평가 정보의 반영 비중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면서 중·저신용자의 신용점수가 개선될 것이다.

이번 서민특화신용평가체계가 효과적으로 시행되면 중·저신용자의 금융접근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 최건호 서민금융진흥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