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이 만난 금융키맨] 조현수 PB팀장 "자산 리밸런싱 필수"

자산관리 기본은 현 경기상황 진단…불확실성 클 땐 예금
절세·포트폴리오 전략 중요 "비과세 상품에도 관심 가져야"

금융산업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은행·증권· 보험 등 전통적 방식의 업종 간 칸막이가 무의미해지고  IT기기 발달 등으로 글로벌·디지털화도 급속도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이 같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금융이 갖는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금 융통의 효율성과 편리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금융의 본래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파이낸스는 자산관리, 디지털 및 글로벌 전략, 빅데이터, 소비자보호, 핀테크 등 다양한 금융분야에서 활동하는 주요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오현승이 만난 금융키맨]을 통해 싣는다. 이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들과 금융 관련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금융산업의 발전 방향도 함께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자산관리의 기본은 현 경기상황을 제대로 진단하는 것"이라면서 "절세 및 자산 리밸런싱은 중요한 자산관리 방법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사진=오현승 기자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경제에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자산관리의 방향성 잡기가 여간 쉽지 않다. 금리, 환율, 정책, 무역분쟁 등 돈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사진)은 올바른 재테크 방향성을 제시하는 걸 자신의 최고의 임무로 여기는 인물이다. 조 PB팀장은 IMF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1997년 8월 은행업권에 발을 들인 후 우리은행 WM전략부 100세 연구팀, WM자문센터 자산관리컨설팅 등 자산관리 분야를 두루 거친 대표적인 스타PB다.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은퇴설계를 비롯해 기관 및 기업체, 학교 등에서 자산관리 관련 외부강연도 다수 진행했다. 기자는 21일 서울 양재동 소재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에서 조 PB팀장을 만나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을 재테크 비법을 들어봤다.

조 PB팀장은 인터뷰 서두에서 "자산관리의 기본은 현 경기상황 진단"이라면서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달걀 이론(달걀 모형)'을 소개했다. 그는 "일례로 금리가 꾸준히 낮아지면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려 부동산이 크게 오르고, 경기가 저점을 찍고 올라갈 때엔 경기 좋아지는 타이밍이라 주식시장이 호황기를 맞는다"며 "기본적으로 달걀 이론의 사이클(주기)를 이해하면 지금 경기가 어디쯤 와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시점의 주식시장에 대해선 고개를 저었다. 조 PB팀장은 자신은 투자성향은 보수적인 편이라고 소개한 뒤 "최근 미국을 제외하고 한국 등 이머징 국가 및 유럽 등의 주식시장이 큰 조정을 받은 점에서 볼 수 있듯이 지금은 마음 편하게 주식에 뛰어들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작은 파동 측면에서는 충분히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히려 가장 재테크의 기본인 예금에 대해선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은행들의 정기예금은 72조 원이 증가해 8년 만의 최고 증가폭을 보였다. 조 PB팀장은 "예금은 1년 단위로 굴리는 게 낫다. 예금금리가 급등하는 환경이 아닌 데다, 3개월 또는 6개월짜리 예금의 적용금리가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은행에서 출시하는 특판예금에 항상 관심을 갖고, ISA가입 대상이라면 ISA계좌에 예금자보호한도 내에서 저축은행 예금을 편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안전자산으로 불리우는 금(金)투자는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추천하지 않았다. 금 실물, 금 관련 펀드, 금ETF 등 다양한 투자 형태가 존재하는 데다 금 값 등락과 달러 환율을 함께 신경써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즉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엔 쉽지 않은 투자방법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실물 금 투자의 경우 매수 및 매도수수료뿐만 아니라 매도에 따른 부가가치세 10%가 붙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조 PB팀장은 "차라리 금 관련 펀드는 관련 회사에 투자하는 게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역시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로 눈을 돌려 브라질이나 인도, 베트남시장을 주목할 만한 국가로 추천했다. 역시나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선 신중론도 함께 펼쳤다.

"최근 인도시장은 3~4개월 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베트남도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이들 시장은 자본시장이 발달되고 경제 여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서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다. 적립식으로 투자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변동성이 크다는 부분과 향후 미래성장전망을 함께 따져가며 투자에 나서야 한다. 브라질은 최근 대선 전까지는 불안한 모습을 이어갔으나 우파정권이 들어선 후 주식이 상승하고 헤알화도 강해진 모습이다."

조 PB팀장은 투자수익 이외에도 절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금융자산이 많으면 이자나 배당에 따른 세금이 늘고 준조세 성격을 지닌 건강보험료 등이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 PB팀장은 "세금납부 시기를 뒤로 미룬 과세이연 상품에 주목할 시점"이라면서 "한 예로 변액저축보험에 10억 원을 불입하고 추가로 불입액의 2배까지 넣어두면 금융자산 30억 원까지는 사망 시까지 비과세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변액저축보험 내에서 운영되는 MMF(머니마켓펀드)도 약 1.4% 안팎의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며 "세금 문제로 고민을 겪는 금융자산가들은 일종의 '비과세 바구니'를 만들어두고 이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등을 피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조PB팀장은 사회초년생을 향해선 "목돈을 최대한 빨리 만들되 예적금에 올인(다걸기)하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이들은 결혼이나 주택관련해서 지출을 할 때가 되면 그간 가입해 둔 상품을 해지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결혼, 퇴직 및 자녀학자금 등 인생계획에 따라 자금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초년생이더라도 소액이라면 주식, 부동산, 채권투자 등을 일찌감치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자산관리를 향한 관심과 지식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맞지 않는 상품 및 투자방식을 일찌감치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조 PB팀장은 소액이지만 자신이 투자한 종목이 상장폐지되는 아픔도 경험했다.
조PB팀장은 사회초년생을 향해선 "목돈을 최대한 빨리 만들라"고 조언하면서 "소액이라면 다양한 분야에 투자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운용자산의 편입비중을 재조정하는 리밸런싱도 그가 강조하는 자산관리 팁. 조 PB팀장은 "1년에 한 번 정도는 자산 리밸런싱을 해주는 게 시장의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이라면서 "전문가로부터 상담을 받거나 TDF펀드(타깃데이트펀드)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소개했다. 그 역시 PB고객 외 자신의 가입한 4~5개 펀드 가운데 TDF펀드도 함께 넣어뒀다. 외부 환경의 변동 속에서도 이 같은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일정 부분의 수익은 가져가고 있다는 게 조 PB팀장의 설명이다.

최근 영역을 넓혀가는 로보어드바이저의 발달에 대한 조 PB팀장의 견해는 어떨까. 그는 은행PB와 로보어드바이저는 공생과 견제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PB팀장은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의 성향을 분석해 4~5곳에 분산투자를 하게 된다는 점에선 괜찮은 수단이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평소에 괜찮은 수익률을 내더라도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폭락장에선 리스크 대비가 부족한 부분을 보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은행PB와 로보어드바이저는 일종의 공생 관계로 서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서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활용하되 예측하지 못한 리스크가 닥쳤을 때 한계가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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